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이보다 더 헐렁할 수 없다.

틈틈여행 2013. 7. 1. 23:51

급해서 서두룰 것도 없고,  안하면 안되는 것도 없고

하기 싫은걸 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데 못할 것도 없고..

1박 2일 더이상 헐렁하기 어려운 정도의 일정이었다.

날씨마저 마음을 헤아렸는지 운전하기 불편하지 않고 적당히 눈부시지 않게 보슬비가 내렸다.

하늬 라벤더팜에 도착하자 산봉우리에 구름모자를 씌워두고 비는 그쳐 산책하기 딱 좋다.

 

 

 

 

가보지도 못한 일본의 후라노 마을이나 영국의 캔트에 못된 로망만 키운탓에 일단 추레한 라벤다 밭에 실망을 했다.

땅에 심어둔 라벤다는 듬성듬성 숱이 비어 땅이 많이 보였고 전체적으로 봐도 흙이 많았다.

건물은 낡고 사람 손이 한참 많이 필요해 보였다.

 

 

 

 

주말에 축제시작인데..심히 걱정되는 상태.

그래도 여기저기 건물과 어울어진 꽃들에 카메라를 대어보니 그림 나온다. 이쁘네~~.

목이 말라 차 한잔 마시고 산책을 할까 싶어 안으로 들어가니 겉에서 보는 것처럼 참으로 자연스럽고 자유분방하다.

아깝다..이 터, 이 건물, 이 입지조건..

 

 

 

 

그러다 쥔장 부부가 나타났다. 그냥 둘러보는 것보다 설명을 듣고 돌아보란다.

설명 없어도 구석구석 돌아보고 꽃과 나무들 이름 불러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여행을 하는 나에게..

햇볕 쨍쨍했으면 힘들어 돌아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물기 촉촉히 머금은 농장은 푸르르 싱그러움으로 우리를 맞앗고 우리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였다.

느릿하고 조용하고 조촐한...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쥔장의 친절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니..

캐모마일 오일을 추출하고 생기는 물에 페파민트 오일을 넣어 족욕을 하고 가라 권했다.

이럴 땐 감사히 즐겁게 친절을 받아주는 것이 예의, 피로가 싹 가시도록 시원한 시간이었다.

 

 

    

 

 

물이 거의 식어 갈 때까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2005년에 시작을 했다는데 그 수고로움이 느껴졌다.

건물부터 지을 것이 아니라 나무부터 심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숲이 익기도 전에 낡아진 건물이 안스러웠다.

 

 

 

 

메타세콰이어가 쭉쭉 뻗은 숲은 캠핑장, 캠핑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곳이다.

우리집 마당이거니 생각하고 2~3일 묵으면 폐부 깊숙히 맑은 초록으로 가득 찰 참 좋은 캠핑장이고

여행하면서 잠시 들르는 곳으로 소박하고 예쁜 곳이었다.

 

 

 

 

저녁도 아침도 맛있는 것만 쏙쏙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을 이용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천천히 오래오래..

예약한 방을 스위트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뷰도 좋은 쪽으로 주는 그들의 센쑤. 완전 땡큐다.

 

 

 

 

 

 

케이블카로 권금성에 오르면 정말 좋은 풍경을 볼 수 잇는 날씨다.

구름아..너무 빨리 올라가버리지 말아라.

봉우리들을 감아도는 구름 풍경을 보구 싶어 속도를 좀 냈다.

 

 

 

 

아..이런!!  케이블카 점검기간이란다.

가슴 한 켠에 저미듯 쌔하니 아프다.

보구싶은 연인에게 바람 맞은 그 아픔 그대로이다.

코끝이 찡하니 눈물이 왈칵 나게 서운한 것이...

 

 

 

 

비선대까지 걷기로 결정하고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다.

한참동안 서운함이 사라지지 않아 아쉽고 아쉬웠다.

대청봉에 올라 공룡의 등짝을 훑고 내려올 체력은 안되니 권금성에서라도 설악을 보려고 했는데...

 

 

 

 

이 봉우리들을 보면서 겨우 마음을 달랬다.

다시 되집어 소공원으로 나와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는 걸로 여행이 끝났다.

헐렁하고 느려서 여행의 피로감이 전혀 없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쉼이었다.

                                                                     6월 12~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