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고마운 여행
짧게는 6년, 많게는 12년을 같은 학교에 다닌 동창친구들.
그러면서 나는 이 셋과 학창시절엔 말을 섞은 기억이 거의 없다.
애초에 열 명이 넘게 여행을 하기로 했지만 이러저러한 일로
섭이와 삼이랑 셋이 울산에 인이를 만나러 갔다.
딱 좋았다.
셋은 아주 돈독한 사이라하고 나랑은 여행 코드도 잘 맞았다.
섭이와 삼이는 꽤 까칠맞고 깔끔스럽다.
바지런함이 수반된 까칠과 깔끔은
냉기로 남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척척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뜻이다.
암튼 둘의 그러한 성향은 참으로 이상적이어서 한껏 여행의 질을 높였다.
휴게소 음식 싫어하고 맞춤한 곳에서 라면 끓이기를 좋아한다니
처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도착하기 전 벌써 여행호흡이 착착 맞는 친구라 기분이 달떴다.
내가 친구들과는 처음 여행하는거라 (나중에 생각해보니 딱 한번 여자친구들과 다녀왔다) 했더니 그런다.
"뭐든지 현주 하고싶은대로 해라"
물론 나는 나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했다.
됐다해도 가방이며 바구니를 내가 들고 다니지 못하게하고
나누어 하자는 운전도 하지말래고 단호박스프 먹은 그릇도 내 손으로 닦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하라는대로 군말없이 다 따라준다.
뛰라면 뛰고 다시 뛰라면 또 뛰고..됐다할 때까지 뛰어올랐다.
자칫 나이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름짐 전혀없이 담백한 친구들은
살다살다 단풍잎을 다 꽂아 본다며 내가 하라는 대로 다해준다.
바닷가 횟집에서 고른 생선으로 싱싱한 회를 먹고
와인을 기다리면서 인이가 가져온 마른안주에 생수를 마시기도 했다.
호텔에서의 아침은 일상의 여백이 여행인 것처럼 여행중의 또다른 여백이 되주었다.
느긋하게 오래오래 수다를 곁들인 아침식사는 여행을 풍요롭게 했다.
해녀들이 직접 따왔다는 해산물에 오래도록 입안이 달달했다.
공주님은 트읜룸을 독차지했다.
세 난장이는 운동장처럼 넓은 한실 디럭스룸에서 뒹굴뒹굴 하룻밤을 묵었다.
호텔은 직원할인으로 준비했으니 부담 갖지말라는 인이.
우리의 기분은 몇 배나 할증되었다.
주전과 일산 바닷가를 즐겼다.
춥도덥도 않은 계절의 바다에 설레임을 가득 안을 수 있었다.
인이가 25년째 다니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한바퀴 돌았다.
넓음에 놀라고 그 커다란 배가 일주일에 두 척이나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는 말에 더 크게 놀랐다.
대왕암 가는 길 소나무숲과 해국이 어울어진 대왕암에 부딪히는 파도...
아웅..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인이와 헤어져 경주에 들렸다.
비는 내렸지만 경주는 그지없이 아름다운 가을의 정점에 있었다.
섭이와 삼이는 경주가 처음이란다.
방대한 경주는 짜투리 시간으로 볼 만한 곳이 아니지만 맛뵈기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기길 잘했다. 둘이 고마워한다.
석굴암과 불국사, 황남빵을 사고 안압지의 야경을 안내했더니
둘은 가족들과 꼭 다시 오고 싶다는 결심을 보였다.
셋은 아내와 알콩달콩 잘사는 친구들이다.
아내에게 잘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음이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다.
덕분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편하고 즐겁게 여행 할 수 있었다.
섭이의 '현주가 여자냐?'로 시작된 여행이라 너무나 맘이 편했다.
이번 여행에서 인이 아내와 인사했고 돌아와서는 섭이 아내와도 인사를 했다.
섭이는 아내에게 남자동창친구와 여행을 해도 좋다 했단다.
우린 여행중에 서로에게 고맙단 인사를 무쟈게 많이 했다.
택일을 하고 계획을 추진해준 내게 고맙다는 친구들에게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처음으로 떠났다 온 남자 동창친구들과의 여행은 아무런 피로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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