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꼽사리 혹은 객꾼의 산행기

틈틈여행 2012. 8. 21. 13:03

 

 

'옵저버'라고 꽤 있어보이는 단어를 선택하기엔 내 행동에 다소간의 무리와 무례가 있었다.

그냥 마스터클래스팀에 내가 익히 아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반갑고 불암산은 가깝고 크게

힘들지 않은 산이라 일을 꾸며보기로 했던 것이다.

느린 내 걸음을 생각해 일찍 출발하면 내가 만나고 싶은  삼남길 사람들 넷과 주영씨를 정상에서

깜짝 반갑게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미 한사람이 떠~억하니 일찍 나와 있었다.

인사만 나누고 출발해야지 하는 마음 한켠에 누군가 같이 가도 된다는 허락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꼬물꼬물...

와우!! 고어텍스 관계자께서 함께 올라가자 한다.

사진 찍으면서 가면 빨리 안간다고 내 느린 걸음에 대한 염려까지 확 날려주시공. 

 

 

 

 

 

27년째 산행하면서 준비운동하기는 이번이 두번째인가 보다.

고어텍스와 코오롱스포츠가 연계한 제주 트레킹에서 한번, 이번이 두번째.

독립군으로 개인적인 야생생활을 하다가 이제야 곁다리로 배움의 시간을 가져보는 기쁨.

동작 하나하나 익혔다가 꼭 좋은 습관으로 남겨봐야겠단 다짐을 해보지만 혼자 준비운동 하는게

쉽지는 않을것 같다.

 

 

 

 

스틱만 해도 그렇다.

찍 빼서 돌돌 말아 쓰다가 다시 돌돌 말아 풀어서 꾹 눌러놓으면 땡이었고 손목에 걸어서 쓰는게 답답해

늘 손아귀의 힘으로 쓰던 무식한 습관의 연속이었다.

27년 전 온전히 무식한 상태로 첫 산행인 설악산 종주에 성공했기에 더 배울 것 없이 그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산행을 해왔던게다.

이번 산행에서는 마스터에게 배운대로 손목에 스틱고리를 걸어 힘을 써보고 집에 돌아와서 스틱은 모두

분리해서 건조시켜 정리를 했다.

 

 

 

 

 

 

꼽사리 혹은 객꾼으로 산행에 동참하자니 참으로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 산행에 쳐져서 민폐를 끼칠까봐 염려되었고 주변인들의 문 밖 생활을 주도하며 보낸 시간이

많다보니 존재감없는 객꾼으로 산행하는 것 또한 큰 공부였다.

산행은 크게 힘들지 않았고 버라이어티한 날씨로 익히 아는 불암산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난감한 상황, 식사시간 말이다.

아는 이들께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생각만 했지 이런시간까지 계산을 못했다.

아...민망, 게다가 뒤풀이를 함께 하기로 한 재금이가 집에서 밥먹고 올줄 알았는데 안먹고 왔단다.

주최측의 예산과 계산이 있을텐데 이래도 되낭??

 

 

 

 

...에잇 뭐. 난 고어텍스 실구매자인데 밥 한 끼 쫌 얻어먹지 뭐.

사실 전날 주황색으로 쟈켓 하나 구입했겠다, 맞춤한 아웃도어 쟈켓 없는 재금이도 올가을 고어 쟈켓

장만하라고 부추기면 될거고..그러나 역시 속좁고 소심한 나만의 고민이었나 보다.

맛있게 먹는 밥에 눈치 주시는 분은 없던걸로...ㅎㅎ

다음주 마스터클래스팀은 수락산, 우리동네에서 시작한다.

이 객꾼이 불편하지 않다면 간식 좀 준비해서 다시 꼽사리 끼고 싶다 의견을 물으니 환영이란다.

하지만 간식은 폼나는 마스터클래스배낭에 여러분들이 나누어 업고 가시는걸로...^^

 

 

 

<1남 3녀>란 팀 이름으로 고어텍스의 해피풋 캠페인에 응모했다가 예비1번으로 <낙방남녀>가 된 우리는

식사후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렸다. 우리의 높은 평균 연령이 낙방의 주 원인이었을거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럴 때도 나이는 중요한 숫자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세시간 가까운 시간이 흐르자 수다가 제대로 흐름을 탔고 약간의 출출함이 자리를 옮기게 했다.

 

 

 

 

내가 올여름 알게된 하우스맥주집을 소개해서 그리로 몰려갔다.

이른시간이라 다행히 우리가 세번째 손님.

술보다 안주를 즐기는 우리는 안주맛에 격찬을 하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물론 맥주 맛도 일품이다.

누구에게 소개할 만 하다고 대만족하니 어깨 으쓱할 밖에...

네시간 동안 인생을, 사랑을, 연애를 열띠게 이야기하고 어느새 자리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일주일 후에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너무 맛있다고 저 두가지 음식은 꼭 먹고 또다른 것을 먹어보자며...

05시 30분에 일어나 간식준비하고 산행하고 수다 즐기고 차에 앉으니 21시, 달달한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사진은 거의 다 근호씨 블로그에서 업어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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