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수니 일기2

보양의 시간

틈틈여행 2012. 7. 2. 18:53

작은오빠네 집 도배와 장판 새로 한 기념으로 온가족이 모였다.

겨우 도배와 장판에 파티를?? 우리집 식구들은 그렇다.

큰언니가 도배와 장판만 했다길래 남의 집 돈 쓴 일을 그리 말하냐 했더니 작은 오빠 역시 도배랑 장판만

했다는 것이다. 겸손하게 말해 도배와 장판이지 온 집안을 뒤집었다.

살던 집에 도배와 장판이 쉬운일 아니란걸 모르는 사람 빼곤 다 안다.

게다가 이것저것 불필요한 것들을 분리하고 나눠쓰고 버리기는 시골이 더 어려워 오래 묵은 살림들을

끌어안고 살았으니 얼마나 복잡했을지 짐작이 간다.

지난해 새언니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강력 집수리를 권했으나 울오빠 요지부동이더니 이번에 돈 좀 썼다.

도배와 장판 새로 하는 길에 문에 칠도 새로 하고 주방도 싹 바꾸고 화장실 타일도 바꿨다.

붙박이 장도 짜 넣고 한쪽 벽면 가득 책장도 짜 넣었다.

아직 제대로 다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집 밖 물건 정리도 한참을 더 해야 하겠지만 성질 급한 우리식구

바로 파티모드다,

"암튼 나는 노는 촉은 살아있다니까~~!!"

급하게 택일한 것 치곤 진짜 잘 잡은 날이어서  큰조카네 네식구만 빼고 모두 모였다. 마침 수녀언니도

휴가이고, 무엇보다 오빠네 목장에 일 해주러 오는 사람이 있는 날이어서 얼마나 마음이 가뿐하던지..

일전에 언니네서 삼겹살 구워먹으며 얼렁뚱땅 잡은 날이 제대로 딱이었다.

 

 

여름이면 한바탕 모여 '보양의 시간'을 갖는 우리 가족들은

보양하는 식성도 제각각이어서 다섯가지의 육류가 준비되었다.

보양고기 안먹고 닭고기 별로고 삼겹살은 언니네서 먹으니

등심 준비해달라 했었다. 울오빠, 새언니 이렇게 나를 위해

고급한우를 준비해두었다는...

뿐만 아니라 울새언니 갖은 나물류를 준비하고 과일이며

아이들 간식까지...정말 대단한 파티준비다.

큰새언니도 오이소박이와 머위줄기 볶음을 해날랐다.

 

 

파티의 1부는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는 바람에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하지 못하고 처마 아래서

다양한 육류를 전골로, 숯불구이로, 훈제로 백숙이며 죽으로 취향에 맞게 먹었다.

와인과 소주, 완전 중구난방 버라이어티한 먹거리들이다.

출발한 동네와 시간은 각각인데 도착한 시간이 엇비슷해서 무엇보다 좋았다.

 

 

 

"모두 스튜디오로 모여주세요~~~!!"

내가 목청을 높였고 가족들이 거실의 비어있는 벽으로

모이는걸로 2부가 시작되었다.

아직 십자고상도 걸어야하고 쇼파도 들어와야해서 깔끔하게 비어

있는 벽이 예뻐 내가 스튜디오라고 칭했다.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기일에도 가끔 가족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참 좋다.

과일과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집수리를 축하하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케잌은 재금이 협찬. 지난번 언니네서 차고 달아서

싫다며 얼마나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던지...

"작은오빠는 아이스크림 싫어하시니까 꼭 큰언니 드려"

오빠에게 차고 달아서 싫은 표정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진과 함께 재금이에게 문자를 넣었다.

"오빠가 싫어하는 거 보냈어도 계란은 보낸다고 전하랜다"

암튼 오빠는 싫어서 멀찍이 있는 것까지 죄다 끌어다 먹었다는..

 

 

 

재형이와 내가 준비한 선물이다.

우리가 놀러가면 깔고 덮을 이불과 요, 베개라며

준비했다.

욕실에서 필요한 소품들도 구색맞춰 조금 샀다.

새 욕실엔 새 소품이라며..

큰언니는 식탁세트를 선물했고 큰새언니는 예쁜

그릇을 준비했다.

수녀언니는 하얀 면에 라벤다가 수놓아진 테이블

런너를 준비했지만 식탁에 어울리지 않아

다른 것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선물구경을 끝으로 일부는 돌아가고 고스톱 판으로 3부를 열었다.

새식구인 조카사위와 큰언니 사이, 민간인과 수녀님까지 어울리기엔 고스톱이 최고란걸 얼마전에야 알았다.

물론 나와 수녀언니는 그림은 맞추되 점수 계산은 모른다.

나는 3점녀다. 무조건 3점만 되도 스토~~옵!!

큰언니는 지갑도 없이 우리 돈으로 잘 놀았고 조카사위도 기저귀값 벌어야 한다고 열심이다.

난 제법 큰 돈인 만원짜리까지 내놓고 말려들어갔다.

그러다 마구마구 잘되는 시점.  내 앞에 잔뜩 모인 화투장, 멍하고 있으니 고 안하고 뭐하냐는데..

"점수 계산해줘. 나 스톱할거야"

구경꾼들도 계속 독려를 하며 '고'를 외치는데 그래도 나는 스토~~옵.

우화화화..12점 양박이란다. 뭐 그러다 본전은 되찾고 약간의 돈을 땄다는...

 

해마다 여름이면 한 두차례 가족들이 모여 보양의 시간을 가져왔다.

집수리 하지 않은 작은 오빠네서도 여러차례였지만 새언니가 살림하는데 편리하게 된 집에서 이런시간을

보내고 나니 올여름은 더욱 마음들이 흔연했다.

또 한가지 어느때보다 우리 형제들의 손자 정윤이가 있어서 웃음이 푸졌던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인 우리들은 정윤이 눈높이에서  혀짧은 소리를 하고 재롱을 부리면서 신나게 놀았다.

지난 주말 가족과 더불어 몸과 마음에 보양의 시간을 보내서인가 7월이 괜히 설렌다.

우리 가족 여러분 7월 화이팅~. 그리고 다른 모든 가족 여러분들도 7월 화이팅, 건강한 여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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