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처제
"언니랑 막걸리 한 잔 하다가 앵두랑 보리수 익은거보니까 현주 처제 생각이 났어"
형부의 전화에 현주처제 자동 반사.
"네, 형부 내일 갈게요"
빛의 속도로 스케줄이 뭐였나 확인하는데 시간 있냐고 물으시는 형부.
다행히 아침 일찍 기분좋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을거 같다.
"시간 있어요, 형부. 낼 뵈요"
현주처제 아침 출근하는데 재형이도 따라나서겠단 연락이 왔다.
급하게 일 마무리할테니 시간 좀 늦춰달라고..
재금이도 오후 3시까지 시간 낼 수 있대고...
룰루랄라 준비한 쿨러백에 아이스크림을 사 담고 언니네로 갔다.
언니는 재금이가 블로그에서보다 얼굴도 갸름하고 작고 이쁘다 했다.
"다들 제 뒤에 숨어서 찍어서 그래요"
"내가 사진을 그렇게 찍어서 그래. 내 블로그에 나보다 예쁜 얼굴은 올릴 수 없음이야!!"
울언니 1시에 외출해야 한다며 다 준비해놓고 갈테니 밥먹고 이것저것 챙겨 가랜다.
울언니? 타동네 경로당에 가서 강의 하시느라 바쁘신 분.
우리는 언니의 그런 대외적 활동^^이 반가워 엄청 놀려먹었다.
노인들의 건강에 대해 강의를 한다는데..
"꼭 얘기해. 우리 같은 이쁜 동생들이 있어서 젊구 건강한거라구. 알았지?"
강의료는 얼마냐, 제법 모았을거 같은데 형부더러 사달래지 말고 언니 돈으로 옷 사입어라,
시간은 어느정도냐, 강의 준비는 제대로 했냐..
점심상을 준비하면서 하하호호 깔깔거리며 농을 주고 받았다.
울언니의 결정적 한마디.
"준비 안해도 돼. 요즘은 여름이라 괜찮아. 경로당에 사람도 없어"
작은오빠네까지 불러 밥먹으라 했으니 울언니 얼마나 바빴을까?
고춧잎무침, 콩나물무침, 오이냉국에 조기조림까지 해놨고
기본 있는 반찬 오이지무침, 고추조림까지 차려놓으니 상다리가 휘청한다.
"선생님. 우리가 알아서 차려먹을테니 어여 강의 나가실 채비 채리시지?"
알아서는 무신...이미 다 언니가 차려준거다.
하지만 메인디쉬는 삼겹살이라는거!!
상추에 쑥갓, 노릇하게 잘구운 삼겹살, 구운마늘 올린후 맛있게 만든 쌈장으로 화룡점정을 찍어
오무려 한 입에 쏘~~옥!!
지글지글 김장김치 구워 금방 지어낸 밥으로 마무리.
<현주 처제의 나름 요염하게 삼겹살 굽기>
<아님말구..이런 큐트버전으로 굽기 신공 펼치기>
현주처제 처음으로 형부랑 소주잔 건배를 했다.
"형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돼요~~"
오빠와 새언니가 늦어서 우리가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삼겹살 굽던 불판보다 더 뜨겁게 느껴지는 햇볕속으로..
재금 재형은 언니 덧옷을 입고 언니, 형부 모자를 썼다.
언니의 몸빼 현주처제가 입으니 배기바지처럼 폼난당.
나름 명품 선그라스에 운전 할 때 쓰는 덧소매, 깔맞춤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형부 모자.
발이 그을를까봐 대충 신은 양말..공주 소리 좀 듣는 현주처제 지대로 망가졌다.
등짝이 다 녹아 내릴 것 같아 우산을 쓰고 아욱을 뜯고 재금 재형은 오빠랑 앵두를 땄다.
어질어질 현기증.
아욱은 금방 시들어서 한참을 따담아서야 바가지가 채워졌고 그즈음 앵두도 싹쓸이, 우린 땀범벅.
그럴생각은 아니었는데 그사이 새언니가 설거지를 다 하게 되어서 미안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땀을 식혔다.
오빠는 오이를 사던지 얻는다고 나가고 우린 보리수 나무에 매달렸다.
너무 덥고 보리수가 많아서 절반도 따지 못했다.
"언니가 참외 깎아먹고 가래"
아..오늘 샘께서 강의 집중 못하고 계시나보넹. 형부한테 전화하신걸 보니..
우린 참외보다 먼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리가 수확한 것들을 나누어 담고 냉장고를 뒤져 식품 및 완제품을 챙기고
(이래야 우리를 두고 나간 언니가 덜 미안할거라는 핑게를 대면서..) 참외를 깎아먹었다.
오빠는 돌아오지 않는걸보니 오이를 사오는게 아니라 얻어오는 것이 분명하다.
두번이나 전화를 하고 나서야 오빠랑 새언니가 돌아왔다.
오빠친구가 오이값을 받지 않으니 금방 올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차 트렁크를 여는대...대~~에박!!
오이가 커다랗게 세 자루나 있다.
난감하게스리 자루의 크기가 조금씩 다른...
좌우로 눈동자 굴려 스캔을 하면서 너무 욕심내나 싶어 중간크기로 선택했다.
시간이 늦어져 바로 옮겨싣고 곧 있을 가족파뤼를 기약하며 돌아오는데...
울언니 전화.
"야, 니들. 형부가 그러는데 커피도 안마시고 갔다며?
허걱...
"그건 아니야. 커피만 안마시고 온거야. "
몇 번 커피있는 곳 알려주시며 커피 마시고 가라셨는데...에궁 울형부 서운하셨나보다.
..형부, 현주처제 담번에 찾아뵐때는 커피만 마시고 올까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