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03:00
알람소리와 함께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일어난다와 계속 잔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덜기 위해 누운채로 스맛폰을 만지작 거립니다.
51:49 ... 20여분의 접전끝에 일어난다의 승입니다.
세수하고 커피내리기가 준비의 전부입니다.
전날밤에 가방을 꾸려 차에 실어놨기 때문입니다. 이 신새벽에 화장할 일도 없꼬..
06:50
남원시 인월에 도착했습니다.
IC 바로 앞의 쌍용식당에서 밥을 먹으려 했는데...아쉽당.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화장실 이용하고 손닦고 화장을 대충 합니다.
읍내에 '아침식사 됩니다' 하고 써붙인 기사식당에서 밥 한공기 뚝딱합니다.
목구멍이 따갑고 기침이 나는게 딱 감기인데 식욕은 참으로 좋습니다.
08:00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인월 금계구간 시작입니다.
19.3km...만만찮은 거리입니다.
최근 트레킹으로 늠내 갯골길 16.5 km가 하루에 가장 많이 걸은 거리입니다.
그때는 동생들 둘이 함께였고..암튼 참으로 오랫만에 혼자서 기~~일게 걷는 날이 되는 겁니다.
다랭이논을 즐기기에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삼남길 개통식으로 먼길 떠나는 김에 그냥 가보기로 한거지요.
장흥의 회진 선학동에도 가고 싶고 강진 벌판도 보고 싶어 군청마다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올해는 자운영을 많이 심지도 않았고 조금 있는 것도 꽃이 아직이라니 마음 접기가 쉬웠습니다.
감기? 크게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사흘째 같은 증상이니 대차게 걷다보면 떨어져 나갈 것이니까요.
그닥 건강체질은 아니지만 산에 다니면서부터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13:00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걷다가 계곡을 건너고..
아~ 좋다 ..정말 좋아...나무와 꽃들이 어울어진 숲이 들어줄테니 혼잣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상황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맥주 한 잔, 캬~~ 좋다!! 산나물에 밥 한공기 뚝딱헤치웠습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궈 피로를 씻고 새양말을 신으니 다시 첫걸음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등구재를 넘으니 경상남도 함양군이었습니다.
연하디 연한 나뭇잎들이 햇볕을 받아 눈부십니다.
자꾸 단체로 오신 여자분 중에 위아래로 저를 스캔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불편해서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모자가 이뻐서 그랬다는...어디서 샀냐시길래 친절한 현주씨 모자브랜드 알려드렸습니다.
사실 10년 가까이 된 모자인데 아직도 꼭 한번쯤은 묻는 분 계시네요.
사진은 지나가는 어느 부부께서 옷의 색감이 좋다시는 칭찬을 해주시며 찍어주셨습니다.
창원마을을 돌아돌아 가는 길은 조금 지루했더랬습니다.
땡볕에 시멘트 포장도로이다보니 재미가 덜해서요.
그러다 시원한 풍경을 만났습니다.
천황봉이 보이는...
에구구궁..요 아래 사진은 천왕봉이 가려진채로 찍혔네요.
한참을 앉아서 놀았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세 여자분들과 간식도 나눠먹고요.
혼자다니기 무섭지 않냐시네요.
나이가 무기인걸요 ㅎㅎ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고~올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분홍저고리 연두색 치마입은 새색시같은 산골풍경에 흥얼흥얼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러다 예쁜 꽃들을 만나면 몸을 낮춰 눈을 맞추며 해찰을 일삼았습니다.
구슬봉이 금란초 산자고 각시붓꽃 반디지치 들현호색 꽃마리 봄맞이 온갖 제비꽃들이며 갖가지 별꽃들...
혼자 발걸음이어서 그녀석들과 더 친할 수 있었습니다.
16:20
금계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우화화화..장하다 삐수니. 참 잘했어, 아주 잘했다구!!
헤헤..혼자 칭찬을 해봅니다.
3구간이 19.3km이지만 저는 20km쯤 걸었습니다.
중간에 슬쩍 헤맸거든요.
장장 8시간 20분을 걸었습니다.
걱정했던 무릎도 괜찮고 많이 피곤하면 어쩌나 염려했던것도 기우였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사 들려 광주로 가는 길부터 몸이 누굴누굴하기 시작하더니 기침이 심해지고 목이 아프고
목소리는 완전 쇳소리가 났습니다.
모든 피로가 목으로 몰렸나봐요.
십 수년 만에 된통 걸려들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가만히 쉬고 싶은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 밤을 보냈습니다만....
삼남길 편에서 뵙겠습니다.
몸이 시들거려서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