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여행 2012. 2. 7. 00:38

주중에 장거리를 두차례나 다녀오고 나니 몸이 피곤해서 운전에 더럭 겁이 났다.

소현과 계획했던 곳을 살짝 미뤄두고 가까이서 놀자했더니 재금이도 동참했다.

 

♬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 

 

말년을 의정부에서 살다가신 천상병 시인의 시 '소풍'에서 따온 소풍길, 총 80.4km라던가?

몇 번 나누어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집 앞에 소풍길 안내표지판이 있어 주차장에 모여 출발했다.

나의 귀차니즘으로 검색도 안해보고 그냥저냥 표지판을 따라서 걸어보자는 헐렁한 계획.

대충 집에서 입던 차림에 덧옷들 하나씩 챙겨입고 나왔다.

 

 

           

            

 

 

커피도 떨어지고 시장봐둔 것도 없고..동네길이니 걷다가 뭐라도 사먹으면 되겠다 싶어

생강차만 조금 준비했다.  둘은 빈손이다.

 

조금 걷다 만난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셨다.

아침을 굶고 나온 소현과 재금은 샌드위치를 곁들였다.

카페에서 나와 잠시 길을 헤맸다.

표지판이 띄엄띄엄이라고 씩씩대고, 삼남길 개척단원으로 개척에 일가견있는 내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고, 화살표방향이 제대로가 아니라고 궁시렁거리며 시청 게시판에 건의를 하네마네..

짧은 순간 헤맨 민망함을 감춰보려 애쓰다 하하호호 깔깔거리며 부용산에 올랐다.

..우린 멀리 안가고  동네에서도 진짜 잘논다.

산이라 하기엔 모호하지만 멀리 산풍경을 보기엔 충분한 높이다.

생강차 한 잔을 마시고 오솔길을 걸었다.

조용한 소나무 숲속의 흙길에 발걸음만 편한 것이 아니라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은 순해졌다.

우린 즐거운 수다를 접고 잠시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산길이 끝나고 시멘트 포장도로로 마을을 지나오면 아파트단지 조성중인 공사판이다.

에잇...이곳에 호수는 못되도 연못이라도 하나 팠으면 얼마나 좋아.

경전철 만들 돈으로 공원만들어 나무나 많이 심었으면 도시가 좀 있어보였을텐데 말이지.

우리도시의 빡빡한 시멘트 구조물들에 나는 가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백 없는 도시는 늘 빈한한 느낌뿐이다.

 

공사장에서는 소풍길 표지판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걷는 길로 적합하지도 않았다.

길을 잘못 만들었다고, 재조정해야 한다고, 한바탕 성토를 하며 잘난척들을 해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신 아저씨께 길을 물었고 알려주신 갈림길에서야 잘 보이지 않게 설치된

표지판을 볼 수가 있었다.

 

슬슬 시장기가 몰려오는데 아무런 간식거리도 없었다.

6km가량 걸었을래나? 우린 더 걷고 싶어서 갈등을 했다.

무지랭이 약수터가 유명한지 물 떠다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현이 말.

..우리 약수터에 가서 물배 채우고 가자.

약수터의 물맛은 뭐 그냥 물맛이었다.

물로 채운 배로는 소리봉 너머 식당이 있는 곳까지  너무 먼 거리여서 되돌아 내려왔다.

온갖 음식들이 우리 머리에 떠오르고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음식점들이 있는 곳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에고..배고파~!

그러고도 앉아서 눈사람을 만들고 사진찍고..

 

반찬 많은 밥집에서 손두부까지 더해 점심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시청 게시판에 쓰고 싶은 생각 없어졌어.

..나도 그생각 했어. 어쨌거나 길을 만들어줘서 우리가 오늘 이렇게 즐겁게 걸었잖아.

..그럼 게시판에 쓸까? 길 만들어줘서 잘 걷고 있다고?

맛있게 차를 끓이는 집에 갔다.

따뜻한 방에 앉으니 노곤함이 몰려왔고 대추차를 다 마셨을 즈음엔 퍼질러 눌러앉고 싶어졌다.

..그래도 집까지 걸어가야돼. 이렇게 배가 불러서 다시 살로 가겠다.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가 차 마시러 오라고 꼬드긴 혜숙씨가 안 올 경우를 대비한 위로의 말일 뿐.

아파트 공사 때문에 얼기설기 정신 사나운 길을 걸어가는 것도 심난하고 이미 걷는 흥은 사라졌다.

고맙게도 혜숙씨가 찻집으로 와주었다.

..복 받을겨. 담엔 우릴 무지랭이 약수터로 데려다줘. 거기서 시작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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