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100km
날씨가 너무 더웠다.
11월의 뜨뜻미지근함은 8월 폭염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단걸 알았다.
비라도 올까, 기온이라도 내려갈까 무장을 하고 나선 길이라
더위와 햇볕에 대한 대비가 미비했다.
흐릿하던 아침 하늘이 점 점 점 맑아지더니 뙤악볕이 되버렸다.
우산을 쓰고 걸었다. 준비해간 덧옷은 짐만 되고..
중간에 간식을 먹고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오래오래 걸었다.
무려 16km..시흥 늠내길의 2코스 갯골길 걸은 얘기다.
참 걷기 좋은 길, 워낙 긴 코스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해가지 않아 손전화로 사진을 찍다보니 그마저 방전 직전.
갈대와 붉은 칠면초가 어울어진 아름다운 갯벌풍경을 눈으로만 바라보며 걸었다.
아니, 배터리가 넉넉했더라도 우린 갯벌 안으로 들어갈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뻐근해지고 발바닥은 불이 난듯 화닥거렸다.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말수가 줄어들고 빵빵 터지던 웃음도 뜸해졌다.
"우리 서로 말조심하자. 너무 지쳐서 괜히 싸울라. ㅎㅎ"
정자를 만나면 앉아 쉬고 고가도로 아래 그늘에서 바람을 쐬며 다리쉼을 했다.
걷기 시작점인 시흥시청이 보이자 급 피로해졌다.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허기, 하지만 갈증을 해결해 줄 시원한 맥주 타령이 우선했다.
중간에 쉬고 놀았다해도 다섯시간이 걸린 걷기였으니..
우린 이 정도로 걷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요즘 이런다. 사전 준비 전혀 안한다.
이로써 우린 '위대한 100km' 이벤트를 마치게 되었다.
http://www.kolonsport.com/trail/greatest_100km/01_intro.jsp
맑은 어느날 대청 호반길을 걸었고 춘천 봄내길은 거의 끝날 즈음 장대비를 맞았다.
고양 첫째길은 오후에 시작하는 바람에 호수공원을 다 돌았을 때는 깜깜한 시간이 되었다.
올가을은 이 이벤트에 참가하느라 새로운 곳들을 걸으며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고양 첫째길은 안내가 부족하여 중간부분 길을 놓쳤다.
대청 호반길은 산길이어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풍광은 그지없이 좋다.
봄내길은 사철 한번씩 가봄직하게 걷기 좋은 길이었다.
구곡폭포 오르는 길의 단풍과 문배마을 거쳐 내려오는 부드러운 산길에 매료되었다.
늠내 갯골길은 두어번에 나누어 걸어도 되고 선택해서 반만 걸어도 충분히 좋은 길이다.
우린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시흥시청 후문쪽으로 걸어가 식당을 골랐다.
'백반전문' 훌륭한 선택이었다.
아주 착한 가격에 깔끔한 반찬들이 모두 맛있었다. 재형이는 '고기'가 먹고 싶댄다.
소현이 쏜다며 맘껏 주문하란다. 백반 셋, 제육볶음 2인분, 맥주 한 병.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맥주는 처음이다"
때아닌 맥주 찬양 후 맥주 한 병 추가요~~
빈 속에 찌르르 맥주가 넘어가자 모두들 호기롭게 다음 걷기에 동참을 선언했다.
좋아!! 다음주부터는 '남양주 다산길' 걷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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