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수니 일기2

댄싱 위드 더 실버

틈틈여행 2011. 9. 29. 22:22

이천 아트홀에는 활기가 넘쳤다.

마지막 춤사위를 맞춰보시는 팀, 곱게 화장을 하시고 옷매무새를 바로잡는 분들, 준비된 도시락 식사가

아직 덜 끝난 팀들도 보였다.

집에만 계셨다면 꿈도 꿔보지 못하셨을 화려한 옷차림, 얇아진 눈꺼풀에 버거운 속눈썹이지만

너무 당당해보이고 귀엽기까지 한 어르신들이 군데군데 무리지어 계셨다.

..코끝이 찡하다.

재형이도 내가 얼마전 먼저 경험한 눈시울 젖어오고 가슴 찡한 그런 느낌인가보다.

어린 아들 딸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해서 발표할 때 느껴지는 감동과 감격과 비슷한..

 

 

 

 

 

형부와 언니가 포천시 대표로 출전하셨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버댄스, 제법 큰 무대로 진출하시니 이쁜 처제들이고 이쁜 동생인 우리가  응원부대로

나서기로 했다.

재형이와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고 98;2 쯤의 나의 노동력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지난번 언니 것만 준비해 갔던 게 마음에 걸려, 이번엔 열 커플의 여자 분들께 모두 드리기로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한 까닭에 울언니 것은 꽃도 두 배, 리본도 조금 더 크게 만들어 표나게 큰 꽃다발이 되었다.

밤 늦도록 꽃다발을 묶어 물에 담가 두고 출근했다가 돌아와 부랴부랴 바구니에 싣고 달려갔다.

1시에 시작이라니 서둘러 밥을 먹어야 하는데 돌솥곤드레밥 정식은 15분쯤 걸린단다.

..그럼요, 밥 좀 해주세요. 저희가 주차장에서 할 일이 좀 있거든요.

 

 

    

 

  

 

 

 

리본이 구겨질까봐 따로 준비해갔던 걸 각각의 꽃다발에 묶을 일이 남았던 것.

..우리도 참 극성이다.

내가 낄낄거렸다. 재형이는 아니란다.

..아냐. 이런 건 '극성'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하는 거야.

..이건 극성이야. ㅎㅎ

하나 하나 리본을 묶어 구겨지지 않으면서도 들고 가기 좋게 옮겨 담았다.

 

 

 

 

공연장에 들어가 아무리 언니를 찾아도 없더니 이미 출연자 대기실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화.

포천시 실버댄스팀이 첫 무대였다.

너무 화가 났던 게 출연자들을 절반쯤 입장시키고 나서 심사위원이며 내빈 소개를 하고 있으니..

그렇잖아도 첫 무대라 많이 긴장되실텐데 장내는 정리도 안 되고 소란스러웠다.

산만한 가운데 언니네의 실버댄스가 끝났다.

이후 자이브, 왈츠, 차차차, 요가, 라인댄스, 에어로빅, 전통춤, 창작댄스 .....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무대의상도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 지루한줄 모르고 오후 시간이 지나갔다.

최고령자는 93세의 할머니. 80세 정도의 어르신은 팔팔하신 아줌마 급이다.

저렇게 잘 맞춰 하시기까지 얼마나 연습을 하셨을 것이며 연습하시는 동안 운동되고 깔깔 웃고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볼록볼록 뱃살에 옆구리살이 삼단 콤보로 출렁거려도 재형이와 내 눈엔 어르신들이 귀엽게만 보였다.

80, 90 연세에도 몸 튼튼 마음 튼튼.. 자식들이 감사해하며 부추기고 응원할 일이다.

나이들수록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더불어 살아야지 독야청청 독불장군 건강에 해롭다.

 

 

                                 <사진이 좋진 않지만 클릭해서 살짝 키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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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가 첫번째 하기를 정말 잘했어.

..그래, 중간에 했으면 너무 표시 났을 거야.

재형이와 나는 한 팀 한 팀 새로운 무대가 진행 될 때마다 속이 상하고 아쉬웠다.

언니네는 참가인원도 얼마 없는 데다 검정과 흰색, 색깔만 맞춘 제각각의 티셔츠를 입고 나오셨다.

포천시 대표팀이 풀죽어 계신 모습에 참으려고 해도 어른들의 서운함이 우리에게도 느껴져 화가 날 지경이었다.

시작 전부터 다른 지역 분들의 화려한 차림새와 많은 연습, 철저한 준비에 이미 자신감을 상실하고

시작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에잇..포천시 너무 돈 아꼈다.

..댄스강사가 문제야. 안무도 그렇고 시간도 너무 짧았어. 하다가 만 것 같잖아.

툴툴거리는 소리에 뒷자리의 언니도 난이도 높은 것은 하나도 못하고 끝냈다고 씩씩댔다.

..에잇~ 옷을 맞췄다길래 폼나는 걸로 맞춘 줄 알았지 색깔만 맞춘 걸 알았나?  울언니 기 살리는 일이라면

 까이꺼 내가 드레스 열 벌 못 만들어 줬을까?

옷이 화려하면 조금 틀려도 덜 표나고 구부러진 허리도 나이든 얼굴도  가릴 수 있었겠다며 언니도 크게

아쉬워하더니 강사 흉을 잡는다.

..선생이 남자라 그래.

암튼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무대였으니 흉 잡을만 했다.

남자 선생이라 그런건지, 그 남자 선생이 그런건지 포천시 복지관에서는 확실히 집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분도, 기운도 없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막춤파티가 있을때 '포천시 쵝오~~!!'를 열심히 외쳐드렸다.

 

 

 

 

 

끝나고나서 다른 지역 어르신들은 활기 넘치게 모여 단체사진도 찍고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다. 

몇 분 안되는 포천시 실버댄스팀은 조용히 버스에 오르시는데 새벽부터 채비하고 나오신 피로가 갑자기

느껴지시나보다.

..상 하나도 못 받았네.

형부가 아쉬워하시는 말씀에 귀여운 울언니의 답변.

..심사위원들이 볼 줄 몰라서 그렇지 뭐

어떤 어르신은 오늘 제일 큰 상은 이거다 하시며 꽃다발을 내밀어 보이신다.

꽃다발은 발표가 끝나고  곧바로 로비에서 전해드리면서 축하드리고 사진까지 찍어드렸다.

포천시에서 주는 꽃다발인줄 알았다며 뒤늦게 인사를 하신 분들도 계셨다.

..윤**씨 처제가 직접 만든거에요. 제가 윤**씨 처제에요.

..아휴~~ 요즘 생화가 얼마나 비싼데 우리한테까지 이렇게 다 꽃을 줘요. 암튼 고마워요.

..돈은 얼마 안들었는데 만드느라고 무척 힘들었쪄요~~옹. 그냥 가져가셔도 되요. 울형부가 청요리로

  한턱 쏴주시겠죠 뭐~.

 

음..이제 사진을 인화해서 형부더러 가지러 나오시라 하면 된다.

형부~ 우리가 청요리집으로 와있어요. ㅎㅎ

 

 

 

 

 

 

 

형부가 문자를 보내셨다.

... 현주처제 잘하지도 못하는데 꽃다발을 그리도 많이 가져와 다들 즐거워하고 너무도 고마워.

정말로 감사해 형부.

 

처제가 답장을 보냈다.

... 이렇게 이쁜처제 있는 칭구들 없으시져? 재형이랑 함께 한 거에요. 형부가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 저희를

행복하게 해요. 윤**씨 최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