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마지막 편
불곡산은 470.7m로 높이로만 보면 야산수준이다.
하지만 맘먹고 쭈~욱 훑어 걸어보자면 그리 녹녹한 산은 아니다.
양주시청에서 시작해 주봉인 상봉에 오르고 431.8m의 상투봉에 들렸다가
임꺽정봉 449.5m까지 오르자면 짧은 거리도 아니거니와
암릉으로 이어진 봉우리들이 힘빠진 다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주말, 산친구인 **언니가 산행제안을 하고
남편과 두 딸, 친구 한 분까지 대동하고 오셨다.
먼나라에서 휴가나온 큰딸에게 테레비만 보다가서 한국드라마 얘기나 할거냐 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어가라고 나선 산행이었다.
쉽지않은 산행이었을텐데 즐거웠길 바란다.
난 무릎이 조금 아파서 발걸음을 엄청 조심했다.
휴일에 우이령길을 걸어야하니까..
하룻밤 푸~욱 자고나니 산행의 노곤함이 싹 사라지고 숲을 향한 욕심에 마음이 바쁘다.
아침 바람이 쌀쌀해서 덧옷을 챙겨넣었다.
가득하던 구름이 벗겨지며 투명한 햇살이 나뭇잎에 부딪혔다가 다시 내게로 온다.
남의집 들어가는 길목이나 코스모스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번 왔다갔다 해본다.
코스모스는 늘 나를 설레이게 한다.
우이령길은 극 저질체력을 가지신 분들이나
급 격한 체중으로 걷기 귀찮은 분들에게 강권하고 싶은 구간이다.
살살 숲을 걷는 연습구간쯤이라고나 할까?
그냥 이런 흙길이다.
편안한 운동화만으로 충분하고 가족들 산책으로도 좋다.
이 두 분 지나가며 하시는 말씀이..
..나는 여자들이 버스운전 하는거보면 멋있드라.
..요즘 무척 많아. 우리동네도 여자 버스기사가 절반은 되는거 같아.
..여자들이 큰 차 운전하는거보면 보기 좋아. 건강해보이고.
우이령의 백미는 오봉 풍경이다.
숲과 어울린
구름과 어울린
방향을 달리해 바라보는
계절마다 다를..
교현리에서 시작해 우이동으로 건너왔다.
갖은 해찰에 오래오래 멍때리고 앉아있기,
커피마시면서 숲 바라보기를 반복하며 걸어도 3시간 남짓이니
단풍 물든 가을날 도시락 싸들고 가벼운 소풍하기 딱 좋은 길이다.
우이동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능선이 다시 한번 내 걸음을 붙잡았다.
앗싸~~!!
두 달 동안 아홉번 행보에 북한산 둘레길 70km를 끝냈다.
꽃과 나무가 고맙고 그들이 어울린 숲에 더없이 감사하다.
그리고 걷기에 싫증내지 않는 나를 토닥이며 응원해본다.
다음에 내가 걸을 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