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날

전복죽

틈틈여행 2011. 6. 13. 23:43

"지난번에 내가 끓인 전복죽은 완전 엉터리였어"

그러면서 재형이가 맘에드는 전복죽 레시피를 찾아냈단다.

전복 손질하는 방법과 함께 알려줬다.

집에서 전복을 안해먹은 것은 아니지만 내장 다 떼버리고 버터에 구워먹기만 해봐서..

 

입 떼어내고 내장 떼어 다지고 전복살도 잘게 썰어놨다.

참기름 넣어 다진 양파가 말갛게 익을때까지 달달 볶다가 불려둔 찹쌀을 넣어

조금 익었다 싶을때까지 달달 볶았다.

그다음은 내장을 넣어 볶고 마지막으로 전복살을 넣어 달달달 볶았다.

전복리조또? 딱 리조또 형색이다. 이것만으로도 맛날 것 같아보였다.

그래도 오늘의 요리는 죽인데 죽으로 마무리 해야지?

팔팔 끓는 물을 부어 끓였다. 추가하는 물도 뜨겁게 끓인물로 넣으라 했겠다!

불린 찹쌀의 여섯배 가량의 물이 필요했다.

국간장으로 간을 해야 맛있다했고 간을 하고도 팔팔 끓여야 나중에 물이 안생긴다고

재형이 시할머니께서 오래전에 알려주셨다 했다.

전복 많이 넣었지, 하라는대로 다 했지..와우, 제대로인걸!!

양떼목장 가는날 휴게소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전복죽이었다.

 

다시 죽을 끓였다.

1인분이 아니라 조금 넉넉하게..

올해 여든 넷 연세이신 친구 어머님을 찾아뵈었다.

"제가 죽을 너무 잘 끓여서 자랑하려고 가져왔어요, 어머니"

딸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

"제가 죽을 잘 끓이긴해도 그건 아니지요, 어머니. 커피 타는 딸 서운하겠어요"

 

늘 내걱정을 해주시고 토닥토닥 힘나게 응원해주시는 어른 한 분도 찾아뵈었다.

"저 죽 잘 끓였죠? 제가 이렇게 죽을 잘 끓일줄 몰랐어요"

질지도 않고 되직하지도 않게 농도를 잘 맞췄다시며 칭찬해주셨다.

음식점을 하셨던 분이라 죽 볼 줄 아시는구나^^

답례라며 국수를 말아주셔서 뜻하지 않게 맛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여행가는 자랑질 들어주는 우리 팀 동료들에게도 한그릇씩.

전복이 많이 들어갔으니 당연 맛있다고 할 밖에.

소현은 전복죽에 대한 보답이라며 겉절이김치를 맛있게 담가왔다.

내 전복죽이 맛있게 끓여질수록 자랑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다.

가마솥에 끓여야 할만큼...

 

"재형아. 나 이제 눈감고도 전복죽 끓인다. 다들 맛있다고 해"

"나두야. 우리 전복죽집 할래? 우리도 죽집하면 한마리로 다섯 그릇 끓일지도 몰라 ㅎㅎ"

"큰언니한테 미안하다. 넉넉히 사서 언니네도 보낼걸. 울언니 한마리로 열그릇 끓여서

 동네방네 자랑했을지도 몰라. 동생이 전복사왔다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