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울릉도교향곡 3악장

틈틈여행 2011. 5. 10. 09:17

지원이는 상미의 딸, 6학년이다.

도시에서 4학년까지 다니면서 아버지의 부재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던 지원이는 큰이모인 상희를 따라

울릉도 학교에 조금 다니다 아예 즈이 엄마까지 울릉도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빠는 **건설에 노가다로 취직했다 하고 한 아이가 자랑하면 우리 아빠도 거기에 취직이나 하면

좋겠다, 엄마는 어디 가셨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울엄마 명이 따러 가셨어요 하는 대답이 일상인 섬 학교.

지원이는 예의바르고 똑똑하고 밝은 아이로 나무랄데가 없는 아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명이를 하러 갈까, 관광은 해야한다, 성인봉쪽으로 산책삼아 나물을 하러가자 의견이

분분하다 내가 혼자 성인봉을 다녀오겠다 했다.

지원이가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정말이냐, 거기 힘들다, 괜찮겠냐 물어도 꼭 가보고 싶단다.

상정 부부가 나리분지에 갈 일이 있어 우리를 태워다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했다.

커피와 바나나 세 개, 오렌지 둘, 물 두 병이 우리의 준비물.

 

나리분지는 산 아래보다 차가운 바람이 더 강하게 불었다.

차안에서 한잠 자고 일어난 지원이에게 힘들면 언제고 돌아갈 수 있다고, 추우면 배낭에 옷이 더 있으니

말하라고 몇번 다짐을 두었다.

나풀나풀한 연두 나뭇잎이 가득한 원시림에 깊이 들어갈 수록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가파른 절벽아래 해안도로나 격한 경사의 산에 이틀 있었다고 평지가 얼마나 반갑던지.

..지원아. 숲이 너무 이쁘다. 연두빛이 너무 이뻐. 신록이 어쩜 이리 찬란하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에요.

 

지원이는 사진 찍지 말라며 자꾸 피한다.

누굴 찍어주고는 싶은데 찍히는 것은 싫다는..

..니들 또래는 다 그러더라. 그런데 오늘 찍은 사진이 먼 훗날에 아주 소중할텐데? 어차피 찍는거 잘찍자.

이후 지원이는 '어차피 찍는거' 하면서 적극적으로 카메라을 대한다.

 

..이모, 오늘 이모 밥 사드리려고 지갑 가져왔어요.

난 갑자기 가슴이 찡했다.

아휴~~ 요 이쁜것. 손에 돈 들어오면 내놓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생각까지.

..그런데 지갑에 만원 밖에 없어요.

..이모는 지갑 안가져왔어. 무거워서. 지원이 밥사주려고 돈이랑 카드는 가져왔지.

하산 후 밥을 먹고 버스를 탈 때 지원이.

..이모, 버스비는 제가..

난 지원이가 이뻐서 그러라고 했다.

 

지원이는 잘 걸었다. 이 다음에 산에 많이 다니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황홀경인 나리분지를 벗어나며 산에 오르다가 섬노루귀를 만났다.

..우와~~!! 너무 이쁘다. 넘 이뻐. 사진 찍어야겠어.

..이모 우리 파서 가져갈까요? 엄마가 좋아할텐데.

대여섯 어울려 하산하던 분들이 우리 얘기를 듣고 꼭대기 올라가면 무더기로 있다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 훈수를 두신다.

갑자기 성인봉 정상까지 꼭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점심때가 지났는데 우리에겐 간식도 별로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럼요, 내려가시는 길이니까 간식 남은거 있으면 덜어주고 가실 수 있어요? 저희는 간식이 없어서요.

꽤 많은 아몬드와 빅파이 하나, 알사탕 세 알을 얻었다.

,,이모 구걸도 잘하고 믿을만 하지?

고개를 끄덕인 지원이는 하산길에 여지껏 먹어본 아몬드 중에서 오늘 먹은 아몬드가 최고 맛있다고 했다

 

잠시 쉴 참에 엄마는 안동에서, 딸은 수원에서 왔다는 모녀 등산객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두 분 보기에 지원이와 내가 모녀로 보였나보다.

..우리 아무사이도 아닌데요. 얘는 울릉도 주민이고 저는 여행객이에요.

두 분은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했다.

지원이와 나는 죽이 척척 맞아 장난을 했다.

그분들이 명이 얘기를 꺼냈고 어찌어찌하다가 우린 상정에게 전화를 연결해 명이장아찌를 팔기까지 했다.

또다른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모녀로 봤다.

..우리 아무사이 아닌데요.

우린 재미있어서 사람들을 놀려먹었다.

..우리가 닮은건 다리 비율 밖에 없는데 모녀로 보이나보다. 지원아, 우리같은 긴다리는 많이 써줘야해.

  앞으로도 많이 걸어. 이 다음에 산에 다니는게 아니라 지금부터 꾸준히 다니면 되는거야.

 

점심도 굶고 간식도 부실한 우리를 정상까지 가게 만든 원동력은 눈부신 흰색의 섬노루귀였다.

우리동네 제비꽃만큼 섬노루귀가 지천이다.

때마침 전화와 문자가 많이와서 자랑도 할 겸 선물로 섬노루귀 사진을 보냈다.

지원이는 몇뿌리 파서 가져가고 싶어하다가 꽃들은 자연속에 살고 싶어할거라고 마음을 접었다.

우리는 허기를 느껴 간간히 간식을 먹으며 정상을 코 앞에 두었다.

옆에 계곡엔 아직 하얗게 눈이 쌓인채이고 성인봉 정상은 뽀얀 구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게 정말 구름이에요? 안개 아니고? 내가 구름속에 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

..힘! 내세요!!

지원이도 지치는지 자주 계단에 앉았다.

..이모 저는 왼쪽 발에 뼈가 하나 더 있어서 축구도 하면 안되요. 축구 진짜 재미있는데..

나도 이미 알고 있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아프지 않냐 물을때마다 지원이는 괜찮다하지만 내 마음은 그리 괜찮지 않았다.

 

드뎌 정상.

구름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만이 세차다.

..이모, 너무 뿌듯해요.

지원이는 이 말은 내려오면서까지 몇번이나 했다.

..우리반에서 성인봉 올라와본 사람은 저 밖에 없어요.

..너희반 몇 명인데?

..여섯명이요.

..푸하하.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팠다. 점심을 못먹었으니 당연하다.

남의 귀한 딸 생고생시킨다 싶었다.

..괜찮아요. 배는 고프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 좋아요. 너무 뿌둣해요.

여럿 모여 곶감을 먹는 사람들, 얼마나 그 곶감이 먹고 싶던지..

지원이는 발이 아픈지 조금 절룩이면서도 스틱을 쓰라니 괜찮다고 사양한다.

우린 온갖 먹고 싶은 음식들을 나열했다.

..우리가 올라갈 때 이 길을 갔던가요?  풍경이 전혀 달라요. 배가 고파서 그럴까요?

..이모는 가끔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왜냐면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거든. 배고파서 그런건 아니야.

우린 천천히 맛있게 밥먹느라 버스를 놓치면 원시림 속에서 꽃을 찾고 놀다가 다음 버스를 타기로 했다.

 

짜장면 먹으러 갈건데 언제 도착하냔 전화가 왔다.

울릉도에서 짜장면은 대단한 외식이란다. 그렇지만 ..

 

..우린 밥이 필요해. 식당에 음식 주문해놔. 감자전이랑 비빔밥.

나리분지의 식당엔 관광객이 넘쳐났지만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밥상을 받았다.

더덕과 함께 새콤달콤 무친 삼나물은 감칠맛이 났다.

옆에 앉은 어느 부부가 동동주를 권하길래 사양하고 삼나물무침을 절반 덜어주었더니 맛있다고 감탄이다.

하루에 몇 번 없는 버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밥 먹는 동안 지원이가 불안해할까봐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다행히 10분간 여유가 있어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리분지에서 천부, 다시  버스 갈아타고 현포로 돌아왔다.

지원이는 씻지도 않고 늘어져라 한잠 자고 나는 11시 가까이까지 장아찌 만드는 일을하며 연자매들과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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