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공장 사람들
주말에 멀리서 신입사원 둘이 왔다.
처음 카드공장에 오게 된 두 사람을 위해 점심을 먹고 국립수목원으로 갔다.
앵초 현호색 참별꽃 피나물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등등등..
낮은 자세로 촉촉히 비맞은 풀꽃들과 눈을 맞추느라 치맛자락이 젖는것도 몰랐다.
그래도 참 좋다, 수목원.
안개 자욱한 날 나무 숲 걷는걸 좋아하는 내게 딱 좋은 시간이다.
주말 3000명이 예약했다는데 많이 한가롭다.
국립수목원 가까운 곳에 내 집이 있어서 좋다.
이제 아무나 직원을 뽑지말라는 소은 사원의 건의에 따라 나름 신중을 기했다.
역시 내가 사람 잘 뽑았다.
부지런한 은혜씨 아침 일찍 일어나서 크레이프 케잌을 만들어왔다.
너무 맛있어 이제부터 다른 케잌을 못먹을거 같다는 소은 사원을 위해 은혜씨가 레시피를 전해줬다.
우리의 카드 디자인만큼이나 다양한 신입사원과 다채로운 음식이 조달되었다.
뭐 별건가 하다가 실제 공장에서 하루 일해보면 홀딱 빠져서 수제카드홀릭들이 된다.
보름날에 오곡밥을 가져온 신입사원은 아예 너무 재미 있다고 창업해서 공장을 따로 차렸다.
와인과 각종과일이 들어오고 한 달 용돈의 대부분을 치킨과 핏자를 배달하는데 쓰시고 내내 꽃잎만
찍다가 가신 수녀님에 양로원 빈 방 내어주신다고 가끔 와서 공장 차리라는 수녀님도 계시다.
주말 철야를 할때면 자정은 기본이고 새벽 4시까지도 공장을 돌린다.
혹자는 노동력 착취가 아니냐 하지만 구내식당에서 맛난밥 해먹이고 간식 챙겨주니 누구든 자발적으로
작업에 참여한다.
공장이 뜸하면 '공장하고 싶다~'고 하는 소은 사원을 보면 그 재미를 짐작하실듯.
공장 설비는 이미 완비되어있고 소모품은 사원들이 눈치껏 채우고 있다.
특히 종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구입해서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곤 한다.
카드는 손이 빠른 내게도 한 장 완성하는데 거의 1시간 정도 걸린다.
몇시간 조물락거려 손때 묻은 카드 두어장을 들고 돌아가며 뿌듯함에 어쩔줄 몰라하는 사원들을 볼 때
공장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훨씬 많은 디자인이 있으나 사진이 요것 밖에..>
카드디자인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소은사원.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만들어 내놓는 카드는 기발함 그 자체.
그런 고통속에서 탄생한 카드의 가치를 아는 친구들이 없다고 늘 개인 소장을 주장하는 소은 사원.
개인소장은 두 부류다.
소은 사원처럼 너무 정성들여 아까워서이거나 너무 엉터리라 누구에게 건내기 창피한 지경일 때..
<철야 후 달콤한 휴식중인 소은 사원>
일요일엔 어린이날을 앞두고 최연소인 소은과 혜수 사원을 데리고 프로방스 마을에 갔다.
동갑나기여서 두어번 카드를 만들더니 서먹함이 많이 사라졌다.
손끝 야무지고 기발한 소은에게 혜수는 깜놀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여기에 이렇게 서면 되는거죠? 하도 많이 해봐서.."
내가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살피면 알아서 척척 앉기도 서기도 하는 소은 사원.
감탄에 감탄을 하며 엄마도 이런데 좋아하는데 함께 못와서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
황사에 컬컬해진 목을 파스타로 깔끔청소해주고 어린이날 행사를 미리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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