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산책 하나
<내일 변동사항 없지요? 6시 두물머리>
5시로 알람 맞춰두고 입을 옷 머리맡에 챙겨두고 잠자리에 마~악 누웠을 때 문자를 받았다.
물안개 사진 찍는다고 5시 반에 만나자는걸 늦춰잡은 약속이다.
혼곤한 잠에 빠져있는데 지~잉 진동.
무슨소린지 모른채 잠에 다시 빠지려는데 빨리 확인해보라는 듯 또 한번 울린다.
<오는겨? 제일 안쪽 주차장에 주차했음>
얼른 시간을 확인하니..허~~억. 6시 7분.
놀라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깜깜하다고 빨리 오란다.
핫쵸코랑 핫케잌 샀단다.
허겁..지..겁.
양치하고 손 씻고 커피내리고 컵 챙겨넣고
빵하고 잼이랑 나이프, 사과와 과도, 포크 넣고 옷 갈아입기.
그래도 20분이나 걸렸다.
두물머리까지 35분만에 도착했다.
날이 훤해지긴 했지만 물안개는 피어오르지 않는다.
일출사진 찍을 날씨도 아니다.
흐미..이 신새벽에 할머니께서 주차비 징수하신다.
엄청난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들이 튼실한 삼각대를 버팀목으로 즐비하게 서있다.
음메 기죽어.
꼬불이 삼각대 달려있는 주먹만한 내 카메라.
예상은 했지만 11월 아침이 많이 쌀쌀하다.
청바지 입은 다리가 춥다.
사람들 무리에서 벗어나서 담요를 두른 친구가 기다린다.
그리고
느닷없이 우연히 만났다며 한 분을 소개 시키는데..
사진을 잘 찍으시는 이웃 블로거시라고..
인사를 하긴 하는데 이걸 우째!!
저요..세수도 안했거든요.
이런줄 알았으면 어제 차에 떨어뜨린 립그로스라도 찾아 바를걸.
저 원래 이런 여자에요. 세수도 안하고 다니는..
나 삐수니라고 알려드리지 마.
저 절대 삐수니 아니에요.
테이블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나도 차에서 담요를 가져와 둘러쓰고 앉았다.
난 이런 분위기가 좋다.
좋아하는 풍경속에서 도시락을 먹는..
마음 순하게 하는 강물을 바라보며
사진 얘기를 하고 아들 딸 얘기를 하고 운전 얘기를 하고..
그리고 각자 헤어졌다.
난 동구릉으로 갔다.
학생들이 특별활동을 나왔고 일본 관광객들도 한무더기이다.
그리고 간간이 산책나온 이들이 있다.
혼자서 숲 깊이까지 들어갈 생각에 조금 무서웠는데
이 정도면 멧돼지 출현에도 안심할 수 있겠다.
<때죽나무 열매>
소나무 향기가 숲의 시작을 알리자 내 코는 바빠졌다.
깊이 들어 갈수록 짙어지는 숲의 향기.
안개가 끼어서 좀 더 짙은지도 모르겠다.
눈도 바빴다.
앞만 보고 걷지는 않는다.
문득 뒤돌아서 또다른 풍경도 즐긴다.
손가락도 바빴다.
꾹..꾹..눌러 2010년 늦가을을 담았다.
<화살나무>
<복자기나무>
내가 이름 아는 나무만 찍어 올린다.
그래서 가끔 내가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병아리꽃나무..봄날 눈부시게 하얀 꽃이 핀다>
<흰작살나무>
<좀작살나무>
좀작살나무는 작살나무보다 다닥다닥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더 쉬운 구분은 좀작살나무는 나뭇잎 중간이하에 톱니가 없다.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아래서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다.
꽃만큼 아름다운 열매.
집에 돌아오면서부터 배가 고팠고 졸음이 왔다.
오후 약속을 위해 잠간 자려고 알람을 맞추는데...
이런이런..
간밤에 내가 맞춘 알람은 수요일에 표시가 되어있었다.
산책 둘
사진이 찌질해서 그렇지 정말 예쁜 숲이었다.
사패산 중턱 커다란 바위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그거 준비하는거 별거 아니다.
재금, 냉장에 아무것도 없더란다.
우리집 냉장고 속 내용물 역시 션찮았다.
그래도 둘이 합해보니 소풍하기에 충분했다.
밥 있지, 과일 있지, 커피 있지..뭐가 더 필요한가?
아..김치가 빠졌다.
달랑무김치 가져온다더니 덜익었다고..
요즘 재금의 화두는 ' 마흔'이다.
서른아홉과 마흔의 차이가 너무 크게 다가온단다.
에구..재금이 나와 함께 놀 일이 아니다.
빨랑 더불어 함께 다닐 우량한 남자를 만나야할텐데..
차를 세워둔 우리동네 예술의 전당 주차장 바로 옆에서 이렇게 단풍놀이를 했다.
폭신한 단풍잎이 쌓여있는 단풍나무 아래
그 누구 한번도 앉아볼 생각을 안했을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이제 1년 후에나 이 아름다운 단풍을 보겠구나.
가슴 뻑적지근하게 찬란한 이 계절이 곧 끝날거란 생각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많이많이 즐기고 봐둬야지.
그런데..눈치없는 녀석의 전화, 배고프다고 떡볶이 해달란다.
간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