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친정집 캠프..청송

틈틈여행 2010. 10. 4. 01:00

농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너무 싫었단다.

집에서는 '춘아'라고 부르고 친구들은 성씨인 '윤아'라고 불러 '농춘'이라 부르는 사람이 없었단다.

남편마저도 청첩장이 나올 때까지 제대로 이름을 모를 정도였다는 말에 우리는 모두 뒤로 넘어갔다.

그녀는 나를 싫어했다. 그러는 그녀가 이상해서 나도 그녀가 싫었다.

그러다 어느날 서서히 그런 경계가 없어졌음이 느껴졌고 몇 달 전에야 그녀의 마음을 알았다.

"이렇게 완벽해보이는 여자가 6개월이 지난 어느날 기본을 못하는거라. 그때부터 인간적으로 보이더라"

내가 무척 일이 어렵던 달에야 나의 허술함을 발견하고 마음을 풀고 나의 몰랑몰랑함에 빠졌고

나도 그녀의 장점들을 많이 찾아내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팀의 팀장이다.

 

청송..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명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냥 청송 청송..그 이름 자체가 좋았다.

이 청송이 농춘씨 고향이고 나의 청송예찬에 그녀는 친정집으로 놀러 가자는 제안을 오래전 했었다.

금요일 일을 마치고 몇 명 마음 맞춰 청송으로 냅다 달렸다.

아무것도 준비 할 필요없이 떠나자 했지만 부모님께 드릴 귀여운 커플 파자마를 준비했다.

세번째 청송 여행, 제대로 여행을 즐겼다.

 

 

 

 

 

자정이 넘어 아무도 없는 약수터에서 달기약수

한바가지로 청송여행을 열었다.

농춘씨의 친정은 그곳에서 5분쯤 거리.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여장을 풀었다.

어머니는 우리가 묵을 방에 이불이 쫘~~악 깔아

두시고 뜨끈하게 보일러 온도를 올려두셨다.

와~~!! 따뜻하다.

내가 워낙 차가운 바닥에서는 잠을 못잔다.

마실 나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젊으셨을 때 한 미모하셨겠다.

"농춘, 누구 닮았니? 어머니 안닮았다"

 

 

 

 

 

 

 

 

청송이라 맥주 안주도 사과구나?

냉장고에 먹을게 없다며 농춘이 들고 들어온 술상이다.

울엄마는 딸들이 술이라곤 맥주도 입에 못대는 줄 알고

돌아가셨는데..

부모님이 계셔도 이렇게 친정집에서 술을 마시는구나.

농춘씨는 아버지가 술 드시는걸 싫어하시는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위해서도 가끔 아버지와 술을 함께 마신단다.

그럼 어머니가 별말씀 안하시고 아버지는 좋아하신단다.

 

 

 

 

 

 

 

안주가 없어서 어쩌냐며 어머니께서 송이 버섯을

들여보내셨다.

아뉘~~ 맥주에 이런 고급 안주를 먹어도 되는겨?

우리가 언제 이런 비싼 안주를 먹어봤냐며

야금야금 송이버섯을 아껴먹었다.!!

아..그 향기로움이란..

새벽녘 내가 여럿의 코고는 소리에 뒤척이는데

송이버섯 따러가신다고 집을 나서시는 어머니의

기척이 들렸다.

음..기대된다.

 

 

 

 

 

안개 걷히기 전에 가야한다고 양치질만 하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서는 물속에 나무 쳐박혀있는거

뭐 볼게 있어서 가냐고 하셨지만 우린 그걸

보러 세수도 않고 주산지를 향해 나섰다.

안개에 잠긴 솔숲도 걷고 주산지에 도착하니..

허거덩..대포같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떼를 지어 내려온다.

안개가 걷혀버렸다는 뜻이다.

모 덕분에 우리만의 주산지를 즐겼다.

 

 

 

 

아점을 먹고 가기로 했던 주왕산.

눈에 띄었으니 그냥 가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생각없이 카메라만 들고 나서는 바람에 주머니

탈탈 털어 입장료 내고 오천원 남는다.

주차장에 가기는 귀찮은 일.

엿 한봉지 사서 다섯명이 내내 그걸로 혈당을

맞추며 제2 폭포까지 산책을 했다.

"엿이 이렇게 중요한 음식인줄 몰랐다.

이건 주전부리가 아니라 완전 끼니다, 끼니야"

커피 한 잔과 엿으로 정오가 넘도록 버텼다.

앞으로 엿류의 욕은 하지 말자.

이를테면 엿먹어라, 엿됐다. 엿같다..등등

 

 

 

 주산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나선 길이라

늦어지는 우리를 어른들이 많이 걱정하셨다.

우린 지갑만 차에 두고 간게 아니라 손전화도

차에 두고 갔기 때문이다.

몇번을 불을 껐다 켰다 하시며 데우셨다는

백숙이 허기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기약수에 엄나무와 대추를 넣어 닭을 끓이고

그 국물로 녹두 넣은 찹쌀밥을 무르게 지어

말아 먹는 방법이다.

손님이 오시면 대접하는 음식이라고 농춘씨는

먹어보고 나중에 더 해달란 소리 말랜다.

 

 

 

 

우리가 때를 잘맞춘 덕택으로 새벽에 직접

따 오신 송이버섯까지 듬뿍 넣어 끓이셨다.

경상도 김치답지 않게 짜지않은 묵은지 완전대박.

"말 좀 하면서 먹자."

엿 한봉지 먹으며 오전을 보낸 우리는

먹는동안 말 할 짬이 없었다.

죽은 금방 배꺼진다고 자꾸 많이 먹으라 하신다.

어른 말씀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지도

모른다

두번이나 먹었다는..

 

 

 

 

 

 

 

 

농춘씨 작은아버지께서 사과 과수원을 하신다.

사과를 사고 싶다고 우르르 사과밭으로 몰려갔다.

이것저것 깎아먹고 결정하라고 품종이 각기 다른

사과를 나무에서 바로 따 주셨다.

부사는 이달 말에나 수확한다 하셔서 사각사각하고

엄청 달콤한 종류를 골랐다.

'사과사와' 문자를 보낸 재형이네는 택배를  하고

우린 각각 한 상자씩 사기로 했다.

덤으로 한 상자를 따로 주시며 나눠 먹으라신다.

앗싸~!

 

 

 

 

 

 

 

달기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에 농춘씨네 고추밭이 있다.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어른들께서 고추밭에 와계셨다.

원래는 빨간고추를 따 드리기로 했는데 고추가 다

끝나서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

설거지를 했다, 고추설거지.

마지막 고추 따는거 말이다.

어째 시집 안 간 재금이보다 모르냐 구박이다.

필요한 만큼 따가라 하신다.

재금이가 따가겠단다.

초간장에 절임해서 가져다 준다니 나도 동참했다

 

 

 

 

 

벌써 살림 귀찮은 내 살림보다 어머니의

살림이 깔끔하다. 냉장고 정리며

다용도 공간으로 사용하시는 화장실도

늘 깨끗하게 해두시는게 느껴졌다.

어느새 고추밭 한 쪽에 있던 열무를 뽑아오셨다.

도시에 사는 딸들에게 주실 요량이시다.

우리 몫으로 땅콩을 봉지봉지 싸놓으셨고 당신

사위들 맛보이신다고 송이버섯도 얼음팩 넣어서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주시고 잘 울궈낸 참나무

버섯도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하시고..암튼 농춘은 엄마가 준비해주시는걸로 한살림 챙겼다.

 

 

 

 

 

"난 밥 안먹어. 아직 배 불러"

재금은 안먹겠단다.

"난 배부른데 먹을거야"

난 어머니께서 밭에 가시기 전에 저녁준비

해놓으신걸 봤다. 안먹는다면 서운하실 터.

이번엔 참나무 버섯이랑 돼지고기다.

쫄깃한 버섯이 고기맛에 우선한다.

"어머니, 요리 진짜 잘하신당. 넘 맛있어요"

먼길 가는데 많이 먹으라 하신다.

 

 

 

 

 

아버님께서는 하루 더 자고 가라 하시다가

살짝 삐치시는 눈치.

"안 자고 갈거면 빨리 가라"

"우리가 하루 더 자고 가면 아버님 살림 거덜나요"

"아버님 어머님. 의정부 오시면 청송에 없는걸로

대접해 드릴게요. 빠른날 꼭 오세요"

발밑 공간에까지 물건을 채우고 청송을 출발했다.

덕분에 거저로 잘먹고 잘 놀았다 하는 인사에 농춘.

"우리 돌아가면서 빈대여행하자."

"우리집은 서울이야"..소현

"나 서울에서 자고 서울 구경도 하고 싶어"

내가 클났다.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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