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날

연잎밥

틈틈여행 2010. 7. 13. 19:41

친구 1..야! 절대 하면 안돼. 하지마.

친구 2..연잎 몇 개 딴다해도 연꽃 피는데 전혀 지장없어.

친구 3(나^^)..내손으론 절대 못따겠어. 니들이 따줘. 난 이런 나쁜짓 못해...

 

시흥에  친구 만나러 가서 꼭 가보고 싶던 연못에 갔다.

연꽃보러 가자 해놓고 연꽃은 관심도 없고(연꽃도 내게 관심이 없어 별로 안피었다)

연잎에 꽂힌 나.

평일 저녁이라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산책하는 사람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무식한 일이긴 하니까..

석 장을 따줄테니 아들 하나, 나 하나, 그리고 사무실에 하나 가져 가란다.

안돼. 다섯 장 따 줘!

달랑 열쇠와 손전화만 들고 들어가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온 친구들에게 눈짓을 했다.

 

저거!!

내가 찍으면 친구가 똑 부러뜨러 가방에 넣고..

저것도!!

그럼 또 하나 가방에 훔쳐넣고..

줄기에서 하얀 진액이 나와 가방에 묻는다고 투덜거린다.

그래도 용인에서 시흥, 다시 용인으로 즐겨 운전하며 만남을 엮어주니 군말들이 없다.

 

연잎 다섯 장 뿐..다른 재료가 딱히 없다.

찹쌀, 흑미, 대추를 사고 냉장고 뒤져 콩이랑 해바라기씨를 찾아냈다.

사무실에서 요리 좀 한다하는 이들의 조언 접수.

압력솥에 할지 찜솥에 할지도 분분.

아침에 바쁠테니 저녁에 밥을 쪄서 아침에 연잎으로 싸서 다시 찌란다.

그럼 연잎향이 덜 배어나올거 같은데..그럼 반쯤 익혀서 아침에 마저 익힐까?

아니. 그럼 찹쌀은 한번에 익혀야지 안익어.

알써 알아서 해보께.

 

밤에 쌀을 씻어놓고 잤다.

혹시 잊을까 소금도 식탁에 꺼내놨는데 깜빡했다.

소금 대추 해바라기씨를 잊고 연잎에 쌀을 쌌으니..

다시 풀어 간을 하고 쌀을 연잎에 밥을 싸는데 어째 엉성하다.

밥이 익으면서 불어나면 연잎이 통통하고 팽팽해져서 모냥이 나겠지?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서 출근준비할 때까지 꼬박 50분을 쪘다.

작은새언니표 반찬들을 준비해서 제법 냄새가 괜찮은 연잎밥을 들고 출근을 했다.

먼저 풀어서 먹어보기가 겁나는 난생처음 해보는 연잎밥.

함양 여행중에 먹어본 경험이 있는 재금이 맛을 보더니 맛있단다.

나중에 꼭 그맛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는 고백^^

조금 딱딱해서 그런가?

 

모두들 반찬도 맛나고 밥도 맛나단다.

내가 좀 해요.

뭘 하는데?

뭐든..쫌 하잖아.

들은척들도 않고 먹기만 한다.

다들 접시 뺐는다.

 

요것이 지난 금요일 얘긴데 오늘 누가 그런다.

한번 더 해오라고, 맛있었다구.

연잎만 훔쳐오면 함 더한다, 내가.

그땐 좀 말랑하게 해보께. 훔쳐만 오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