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앗! 나의 실수.. 미리 검색해보는 시간을 못가진 것이 불찰이다.
30분이나 늦었다.
축령산휴양림 표지판을 가평 하면 지나며 봤던게 고작이니
총기 떨어진 뇌비게이션이 큰 실수를 할 밖에..
30분 늦게 도착한 휴양림은 남양주시 소속이었다.
주차장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이러다 콧노래 나오겠다.
점점 꾀만 늘어서리.. 조금이라도 자동차가 높이를 줄여주는 길에 신이난다.
아직은 연두와 초록 사이인 활엽수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등산로를 걷는다.
가파른 길에 못이겨 숨이 차고 다리가 후덜덜 떨려도 나무숲 걷는 일은 즐겁다.
걷기만큼 싫증안나는 일이 아직 내게 없다.
속이 시끄러워도 기분이 가라 앉아도 가슴 벅찬일이 있어도 나는 걷는다.
걸을 때 진한 자유를 느낀다.
노린재나무 감자난초
풀솜대 괴불나무
축령산에서 우리의 걸음은 여느때보다 더 느리다.
온갖 나무와 꽃들에게 눈맞춤을 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 찾아볼 것을 약속하고..
이런 해찰이 더없이 좋다.
밥벌이에 헉헉거리는 일상에서 한발짝 벗어나 유치찬란한 농담이 절반인 하루,
커다란 웃음소리에 영혼의 땟국물이 씻겨나간다.
돌아와서 사진을 내려받으며 한 김 맛이 간 여자처럼 또한번 낄낄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본다.
그 어느 산행보다 느릿한 걸음이었던만큼 사진이 풍성하고 표정이 밝다.
웃음이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 말에 억지로 웃다가 그대로 웃어버린 사진들이 좋다.
사진 선물이 이렇게 기분 좋은거구나..
초여름 축령산 사진에 다리 힘 풀려 걷기 힘든 먼훗날까지 두고두고 꺼내볼
소중한 사진첩으로 동그라미 뱅글뱅글 진하게 그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