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 큰 기쁨
00:00 출발
딱 맞춰 재금이 내려오라 전화를 걸어왔다.
은주씨는 30분 전에 아들이 졸리워해서 일찍 출발했다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로 있었고..
재금이 은주씨랑 함께 갈 수 있냐 물었을 때. 내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올거면 아들이랑 함께 와야 한다고 해.
누나 둘과 온전히 하루를 지내도록 하는 것은 10살 아이에게 크게 미안한 일이라 엄마도 여행에
집중하기 어려울 일이다.
재형이네와 우리 팀은 각각 이시각에 출발해 서하남 휴게소에서 만나 수인사를 나누었다.
동생네 가족과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런 여행구성원도 드물다.
03:00 휴식
정안 휴게소에서 재형이네와 나란히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일교차가 너무 커서 어찌나 춥던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공회전을 하자니 그렇고..
내 차에 있는 담요를 깜빡하는 실수.
04:00 다시출발
이렇게 미치기도 쉽지 않다고 재금과 얘길하면서 낄낄거렸다.
06:20 지리산 정령치
저~~기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감격감격!! 등산객 몇 빼고는 한산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 좋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니며
지리산을 느꼈다.
22년 전 저 능선들을 30cm걸음으로 종주했었는데...
해는 이미 다 올라와서 한낮처럼 밝다.
조금 더 서둘러서 일출을 봤었으면...
정령치 가기 전부터 머무르는 동안 난 계속 글룩의 오페라
정령들의 춤'이 흥얼거려졌다.
<클릭하면 보기 좋아지는 친절한 사진들>
06:50 아침식사
지리산도 식후경.
밤새 달려온 끝이라 배가 고팠다.
준비해간 도시락을 펼치보니 진수성찬이다.
아직 따뜻한 밥, 김치볶음, 김치찜, 쑥국, 매실즙으로 담근
깻잎과 고추 장아찌, 멸치넣고 졸인 깻잎, 미나리겉절이,
어묵볶음, 감자 소세지볶음에 오이소박이, 김까지..
거기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게 되다니!!
커피로 마무리 하고나니 흥분은 가라앉고 한잠 자고 싶다.
07:20 꽃단장
08:20 노고단 주차장
소은이는 걷기 싫다고 자갈길에 발을 질질 끌고
강찬이는 커디션이 안좋다고 즈이엄마한테 매달려
힘들게 한다.
뚝 떼어내 강찬이 윗옷을 벗겨 내 허리에 묶고
내가 손을 잡고 걸었다.
걷기 시작해 얼마 지나자 아이들은 기분이 풀렸다.
발걸음이 가볍고 제법 이것저것에 관심을 보인다.
물 한 병 준비하지 않아서 계곡물을 손으로 퍼올려 마셨다.
09:00 대피소
에게~~ 시간이 이렇게 밖에 안됐어?
정말 일찍 시작하니 시간이 마디다.
음료수와 물을 한 병씩 사서 마셨다.
09:20 노고단 관리소
10시에 노고단에 오를 수 있단다.
이런 덴장.
하절기 휴일에 굳이 10시부터 개방하는 속뜻을
헤아릴 수 없어 툴툴거렸다.
8시나 9시라도 괜찮겠구먼.
그래도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는 법.
그늘도 없어 땡볕에서 시간을 보내며 놀았다.
10:20 정상
아직 신록은 커녕 이제 겨우 싹눈이 튀고 있는 나무들.
철쭉이 져가고 있는 능선길을 따라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섬진강이 보이고 지리산의 봉우리봉우리들이 보인다.
신록이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는게 보여서
내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금방이라도 내가 서있는 곳까지 연두빛이 도착할것 같다.
땡볕이다.
시원하고 맑은 바람에 덥지는 않았지만 내놓은
살갗이 갈변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12:20 허기
평소 같으면 잠자고 있을 시간에 아침을 먹은터라 하산후에 모두 갈증과 배고픔을 호소했다.
얼음물을 꺼내 마시고 쑥개떡과 모시잎떡,, 초코파이로 급한 허기를 달랬다.
12:40 달궁
도시락에 컵라면 추가.
삶은계란, 찐만두, 오렌지. 한치포까지
모든 먹거리들을 다~ 꺼내놨다.
이거 다 먹기전엔 아무도 집에 못갈줄 알아!
13:30 자유시간
16:50 함양 상림
별 할 말 없음.
그냥 강 강 강 강 강추.
17:30 체력단련
여행중 별거 다하는..
끈적한 얼굴 화장지우고 세수하기까지..
19:30 식당찾기
점심을 얼마나 거하게 잘먹었는지 상림 산책후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휴게소에서 뭘 먹기는 싫어서 음식점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은 냉면이 먹고 싶대고 너무 돈을 안 쓴 여행이니 냉면은
약하다고 뭔가 맛난걸로 대미를 장식하자는 재금의 의견까지
수용해서 음식점을 엄선하기로 했다. 난 연음식이 땡겼다.
대통령 다녀가신 집이라는 플랭카드가 붙은 '연' 음식점.
..대통령도 대통령 나름이지.
모두들 확인하자길래 총대매고 들어가서 인증샷으로 걸어놓은
대통령 방문사진을 보자마자 손짓으로 불러들였다.
30분 기다리란다. 송아지 갈비찜, 연잎백반에 연잎냉면까지
넉넉히 주문하고 다시 우르르 상림으로 갔다.
소미아빠는 밥 먹고 다시 와서 한바퀴 돌고 가잔다.
으..그것까지는 못해.
20:00 저녁식사
첫음식으로 나온 냉면은 깔끔했다.
매운맛, 순한맛 모두 갈비찜이 맛있다. 연잎밥은 밥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맛이 났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음식이 늦는다고 불평이 늘어지더니 맛있다 맛있다 하는 말만 연발이다.
상림 앞에 있는 연음식점 '옥연가'
음식점 고르기 젬병인 내가 모처럼 훌륭한 선택을 했다.
맛난 음식으로 넉넉해진 배둘레만큼이나 흔연한 기분으로 손 모아 화이링을 외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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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계산을 잘못했나싶게 비용이 적게 들었다.
냉장고 뒤져 도시락 준비하고 밤을 도와 달리니 휴게소 들려 주전부리 할 일도 없었다.
입장료 받는 곳도 없고 다만 노고단에서 주차비를 지불했을 뿐이다.
워낙 돈 쓸 일없이 여행하다보니 주차비 7300원도 흔쾌히 내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총 비용은 차량 두 대의 연료비와 통행료, 각각의 주차비, 음료수와 커피 4잔, 컵라면5개
푸지게 먹은 저녁식사비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