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안면도
바다가 보구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재금과 아름다운 낙조여행을 꿈꾸던 내가 떠났다.
녀석이 1박으로 별자리 캠프를 떠나는 날이라 먼저 보내놓고 출발한 시간이 8시.
외관순환도 송내구간부터 차량이 빽빽하더니 서해안고속도로는 더 심하다.
아주 멀리까지 쭈~~욱 밀린다.
우린 속깊은 대화에 열중해서 교통체증에 별 신경을 쓸 틈이 없다.
5시간 걸려 안면도 지포저수지에 도착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분홍 연꽃들이 먼길 오느라 애썼다고 토닥토닥 위로를 해준다.
안면도의 끝인 영목항까지 내려갔다.
돌아서서 곧바로 달려 집으로 오면 귀가길이 될 것이고 느릿느릿 들리고 싶은 곳에 들리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면 여행일 것이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터라 그냥 천천히 이동을 하는데 둘이 맘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이름 모르는 해변에 내려도 보고 탐스런 수국도 외면할 수 없으니 멈춰서 꽃을 즐겼다.
남들이 탈 때는 시끄럽고 요란만하던 4륜 오토바이도 내가 타보니 꽤 재미있었다.
오락가락 빗속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즐거움이 더 쏠쏠했을 것이다.
배가 고팠다.
재금이 냉장고 뒤져 솜씨 좋으신 어머니표 음식들로 싸온 도시락과 내가 만든 바게트 샌드위치,
자두랑 커피가 하루종일 우리가 먹은 음식의 전부라서 허기가 밀려왔다.
어느새 5시 30분. 배 고플만도 하다.
소개 받아 간 음식점 분위기가 어째 심상찮아 간단한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했다.
그러고 나서 저녁 약속이 잡혔다.
어차피 이 허기로 중간에 있는 그 도시까지 가려면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겠고...
"조금만 먹어. 가서 맛있는거 먹자"
기지포 해수욕장엘 들렸다.
내 약속 때문에 휭하니 안면도를 떠나버리는게 재금에게 미안해서 잠깐 들린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낙조를 봐야하는건데 날씨가 협조를 안한다.
꼭 낙조가 아니면 어떠랴.
우린 폴짝폴짝 뛰면서 점프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너무 웃고 너무 뛰어서 배가 아팠다. 조금 먹은 칼국수도 모두 소화된 느낌이다.
흠..이제 열심히 달려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갈 차례이다.
자동차로 범벅이 된 서해안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평택 안성간, 그리고 경부 고속도로를 냅다 달렸다.
9시. 평소같으면 음식을 먹지 않을 시간이지만 적당한 허기와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모듬 바베큐와 바삭하고 담백하게 구워진 핏자, 그리고 향긋한 하우스 맥주가 준비되어졌다.
여행의 마무리로 꽤 괜찮은 선택이었고 훌륭한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재금으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다른 때와는 다른 안면도 여행이어서 좋았다고.
재금. 이 언니도 어제의 안면도가 색다르게 느껴져서 아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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