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와 그녀들
그녀 1..D시에서 한번 서울에서 한번 짧게 만났다.
블로거 1년차. 서로를 많이 알지 못한다.
그녀 2..안산의 모 블로거 집에서 한번 만났다.
감각적 언어를 만들어내기로는 블계 최고.
그녀 3..내동생
daum 짠밥이 만만찮은..
그녀 4..삐수니.
헤헤..내노라하는 이벤트쟁이^^
신경써줘야 할 서방도 없고 대소사 챙길 시댁도
없고 친정 식구들 알아서 잘살고..남는게 시간이다보니 괜히 남들 생일 챙기는 일에 기웃거린다. 연말쯤 D시에서 만난 그녀1의 닉네임 얘기를 하다가 알게된 생일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러다 구스타프 크림트의 전시회 소식을 알게된 순간 그녀1에게 전시회를 선물로 주고 싶어졌다. 난 그녀1이 클림트를 좋아하는지, 그림을 좋아하는지 어쩐지 모르면서 그냥 문득 그러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클림트의 풍경화 속 연두색과 초록색에서 봄이 시작 될 즈음 태어난 그녀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모..나야 늘 내맘대로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이니 일단 그녀에게 생일 전날 그림도 보고 밥도 먹자고 해두었다.
이번 전시회의 이름이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아트를 찾아서'이다.
'키스'나 '유디트'등 그림에 몰지각한 나도 제목을 기억 할 정도로 유명한 그림들에 쓰인 찬란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고 아주 묵직하지도 않은 황금색 이미지의 한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누가 좋을까? 많은 것을 수용하는 넉넉한 품새에 그녀1과도 낯설지
않고 내가 초대하기도 벌룸하지 않고 그녀3과도 안면이 있어야 하니..
함께할 시간과 동네까지 안배를 하자면 그녀2님이 적임자였다.
그녀2님은 한번 만나봤을 뿐이지만 오랜 블로그놀이를 통해서 거절하지
않을만큼 나를 믿으리라 생각하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더니 역시 내 청을
거절하지 않으셨다.
그녀1의 생일 전 날, 그녀2님 댁에 일이 있어 일주일이나 거사(?)가 늦춰지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리된 것이 모두에게 잘된 일이라 막무가내로 일을 벌인거였지만 무리는 없었다.
그녀2님은 손이 참 예쁜 분이다. 그날은 형광핑크 매니큐어를 하고 오셔서
자꾸 내 눈길이 손톱을 따라다녔다. 분명 따님들 소유의 것을 슬쩍 바르신
눈친데 평소 거의 맨손톱인채로 다니는 내게는 참 용감해보이셨다.
화장실에 다녀온 내게 그녀3이 하는말..
"그녀2님이 시선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손톱 이렇게 바르신거래. 손톱에
신경 쓰느라 뱃살 안보이게..."
클림트도 식후경. 시간이 넉넉치 않겠다 싶어 오래 앉아있지는 못했다. 점심을 먹고 미술관엘 가보니 내가 착각을 했던가보다. 우와~~ 관람요금 싸지않다. 게다가 모회사 고객은 할일권을 가져오면 4인까지 30% 할인이다. 마침 그녀1이 그회사 고객인데 할인권을 출력할 데가 마땅찮았다. 내게 노트북은 있으되 그날따라 프린터가 없어서 무용지물, 근처 PC방에라도 갈까하다가 그녀1이 남편의 후배에게 문의차 전화를 했고 극구 괜찮다해도 그쪽에서 퀵으로 할인권을 보내왔다. 그 정성에 감복했고 그녀1의 남편이 평소 후배에게 얼마나 잘하셨을까 하는 짐작을 접어두고라도 그녀1의 잠깐 엿본 성품만봐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30% 할인에 오디오 가이드까지 각각 들고서 여유있게 클림트를 즐겼다. 사진을 올릴 때 뱃살은 모자이크로 얼굴은 뽀사시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으나...^^
그녀2께서 우리에게 기념품 하나씩 고르라셨다.
극구 손사레를 치다가 카드를 한 장 골랐다.
그녀1은 기도서를 가져왔다. 고3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게 기도 뿐일거라서 고마웠다. 그리고 본인이 아닌 다른사람이 직접 만든 주방수건을 가져와 나누어줬다.
KTX를 타고 오르내리는 그녀1에게 꽃다발을
주면 그것도 짐이겠다 싶어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받기만 해서 더욱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느릿하게 그림을 보느라 충만한 수다를 떨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고 나오니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꽃도 케잌도 없고 생일이 일주일이 지난터여서 생일 축하 이벤트보다는 그냥 봄비 내리는 날 소소한 외출이
되어버렸다. 맨날 나 믿냐고 큰소리를 치지만 정작 그녀들에게 즐거웠는지, 충분히 만족했는지 묻지 못했다.
다시 뭔일을 도모 할 때 흔쾌히 나와주실라나 그걸 모르겠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