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여행 2008. 9. 20. 09:03

내게 있어 여행은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급성전염병이고,

평생 끼고 살면서 관리하며 수치를 유지해주어야하는

만성 고질병이다.

 

꽃무릇을 안봐서?

함평서 봤으면 됐지.

좀 쉬어라. 얼굴이 말이 아니던데.

제주도 다녀온지가 얼마나 됐다고..

 

동생이 말린다.

나 말리지 말아라.

선운사의 꽃무릇은 못봤다.

 

참자 참자 쉬자 쉬자...

주문을 아무리 걸어도 나의 몸덧이 가라앉지 않고

머릿속에 그 붉디붉은 꽃풍경이 일상을 방해한다.

이정도면 신열이 있는 정도의 증상되겠다.

 

먹고 싶은거 먹었다고 다른 먹고 싶은 음식 참을 수 있는게 입덧이 아니듯

나의 몸덧이 그러하다.

앓을만큼 앓아야 떨어지는 감기처럼

다녀와야 가라앉는게 이 여행증상이다.

 

요즘 많이 피곤하다.

얼굴이 심한 V라인이다.

그래도 그래도..선운사 꽃무릇을 봐야 정신이 신선해질 것 같다.

한번 든 생각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급기야 세사람에게 전염을 시켰다.

꽃무릇이 뭔지도 모르는 그니들은 새벽 4시 나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맛난거 준비해서 이쁘게 차려입고 오겠단다.

비가 많이 온다던데...우산도 색 맞춰 가지고 오겠단다.

 

일요일에 먼길 떠나기가 부담스럽지만

요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내일을 위해 먼저 느긋하게 쉬어주고 오후는 바쁘게..

일단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