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서
이번 여행은 제목도 붙였다.
이름하여 '토스카 투어'
무슨 동호회 여행쯤으로 여겨질 제목이다.
오랜 중고차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새 차로 토스카를 사게된 동생네가 차를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여행을
가잔다. 다시 중형 중고차를 사겠다는걸 말리고 새 차로 사라고 종용했으니 아프터서비스 차원에서
솜손아빠의 엄청난 차자랑을 즐겁게 들어줘야 한다.
소미아빠는 새차로 떠나는 첫여행이기도 하고 오랫만의 순수여행이라 아무래도 좋다며 아내와 처형인
내게 여행계획을 일임했고, 가벼운 맘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일을 몰아서 마무리 지으려는 바쁜 동생을
위해 바쁘지만 마음 착한 내가 여행계획을 세웠다.
어디를 갈까?
요즘 새로운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봉하마을이 제일먼저 물망에 올라서 기준점이 되었고 그 다음..
부산?..오노~~!! 넘 밋밋해.
거제도랑 외도?..배편이 안맞으면 들어가보지도 못해.
위로 올라오면서 표충사랑 가야산을 들려봐?...그러기엔 쫌 미진해.
앞으로는 솜손이 안가본 곳을 가보도록하는게 좋겠어. 우리들이야 웬만한데는 다 가봤잖아.
늘 소미가 남해도에서 잉태되었다는 동생의 주장이 있어온바 남해도가 낙점되었다.
그냥 남해도를 설렁설렁 돌아보기보다는 남해도는 마스터 해보자는 정도로 하기로 했다.
'물건방조어부림' 그 정식 명칭을 알기도 전에 난 그곳을 보면서 심장박동이 가파라지더니 숨이 턱턱
막혔었다. 내가 이름 붙인 일상의 오르가즘 말이다.
일부러 그곳만 보러 간다해도 먼길 마다않을 만큼 그곳은 내게 강렬한 느낌이 심어진 곳이다.
어느해 여름날 멀리 푸른하늘에 피어오르는 하얀 뭉게구름(이 구름이 풍경을 살려줬다), 푸르지만
하늘빛과는 다른 짙푸른 바다, 다시 그앞의 방품림...그 풍경은 늘 내가 생각하는, 내게 떠오르는, 내가
떠올리는, 나를 충동질하는 여행의 엘블럼이다.
겨우내 무채색에 지쳐 가녀린 봄바람에 몸덧이 날 때 눈 앞에 떠오르는 풍경이 바로 물건리 풍경이다.
금요일 밤에 떠날까?
그렇게 되면 콘도 예약하기도 번거롭고 짐도 많아지고 숙박비에 밥값도 더 든다. 온전하게 1박 2일이
아닐바엔 새벽에 떠나는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경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밤 9시 30분에 돌아오는 녀석을 기다려 애썼다고 격려하고 간식을 챙겨주는 일을
건너뛰기가 싫어서 토요일 새벽 4시에 떠나 자정쯤에는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언냐, 금욜밤 우리집에 와서 잘래?
모닝콜도 못듣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세상모르고 자다가 내가 거의 도착할 즈음에 헐레벌떡 일어나
내게 엄청 미안해했던 지난번 여행때문에 동생이 긴장하고 있나보다.
그래도 내집에서 일어나 씻고 찍어바르고 준비물 챙기는게 편하다고 말해두었다.
뭘 준비하지?
지난번 여행때 휴게소에서 어떤사람들은 압력밥솥에 밥을 해오고 휴대용 가스렌지에 고기를 굽고
상추쌈까지 먹는걸 봤다. 나보다 심하네 싶으면서도 냉장고 뒤진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점점
휴게소 음식이 먹을만하지가 않은데 나도 곧 저리 되는거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ㅋ
우선 어마어마한 양의 커피를 준비해 갈 생각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꼭 커피 한잔 마셔줘야 할 풍경들을
많이 만난다. 커피가 없으면 그게 또 어찌나 서운한지..
그리고 과일과 빵, 요구르트, 시리얼...무엇이던지 담아간다, 우리는.
그런데 옷이 문제다.
동생과 나는 웬만한 옷보다 비싼 모자를 선물 받았다.
나 무식하다고 광고하는 얘기 하나 하자면 오르셰미술관의 작품들이나 고흐의 그림들, 모네의 수련을
봐도 일어나지 않는 스탕달 신드롬이 어느 모자 브랜드에 가면 수시로 일어난다.
그곳엔 너무 값 비싸서, 혹은 너무 예뻐서 내가 쓸 수 없는 모자들이 많아서 한번 눈쇼핑이라도 하고
오면 며칠 끙끙 몸살을 앓곤한다.
..모자가 이뻐서 그냥 티쪼가리 입기도 뭐하고 뭘입지?
주말만 되면 몇번씩 옷장을 뒤져도 마뜩치 않아 고민을 하면서도 쇼핑을 나가면 아무래도 일주일에
다섯번 입는 정장에 눈이 가서 편하게 입을 예쁜옷이 없다.
이번여행에도 레저용 옷이 구색이 안맞아 옷, 가방, 신발까지 뭐하나 예쁜 모자에 어울리는게 없다.
에혀~~ 그렇다고 모자에 맞는 옷을 사나? 그것도 젊을때 얘기지. 걍 대충입고 떠나자.
어쩜 비가 와서 모자를 써보지도 못할지 모른다.
그밖에...
썬블럭이랑 스카프 한 장 여유있게.
소미는 충전기 꼭 챙기고 꼬불이 삼각대도 잊지 말고 추리닝걸 소은이는 모처럼 여행이니까 엄마가
입자는 옷 입고 엄마가 해주는 머리 모양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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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1일 찍은 사진을 이제야 받았다.
포샵하는데 거의 3년 걸렸다는겐지...^^
성수야 고맙다. 맘에 들어서 이렇게 걸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