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연두와 초록사이 2

틈틈여행 2008. 5. 11. 10:12

참외와 오렌지 두 알씩, 방울토마토, 커피 여유있게...여행 지참물이다.

멀찍이 보성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내달린다.

5월의 아침 8시는 보성차밭 여행에 딱 좋은 시간이다.

아니다. 보성 차밭은 꼭 그 시간에 가야한다.

기대했던 안개는 없었지만 간이 잘맞는 바람과 차밭 이랑을 선명하게 해주는 어슷한 아침 햇살이 좋다.

 

2번 국도를 이용해서 여유있게 함평으로 향했다.

다산초당이 간질간질 나를 유혹하고 무위사와 도갑사를 품고 있는 월출산도 우리 서로 아는 사이에

모른채 지나칠 수 있냐고 반 협박조다.

그래그래. 모두 리터치 해줄때가 지났지? 니들 강진 영암. 내가 다시 날 잡아서 올테니까 그때까지

잘들 있으라구. 섭섭지 않게 해줄날이 있을거야.

 

'느릿'을 여행의 첫번째 덕목으로 꼽는 여행자에게 함평나비축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비나 곤충보다 사람이 많고 꽃보다 사람이 많고 ..바람이 있어 다행이지 햇살도 뜨겁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구 나비나 곤충보다 넓게 심었다는 유채와 자운영에 욕심을 냈던터라 몇 백명씩

기다리는 전시관은 애초에 포기를 했다. 그렇다고 그 꽃벌판이 내게 만족감을 준 것은 아니다.

이미 꽃들은 많이 져가고 있었다.

 

1번 국도를 이용해 고창으로 갔다.

영광에서 바로 가야 질러가는 길인 것을 급하게 아무생각없이 떠난 여행이다보니 바보같이 고창으로

해서 청보리밭을 가게 되었다.

해가 좀더 기울때까지 느긋하게 앉아서 보랏빛 도는 복분자 뻥튀기와 보리튀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그 너른 청보리밭을 왜 입구에서만 오개오개 모여서 번잡을 떠는건지 모르겠다.

멀리 발길을 돌리니 사람도 없고 너무 좋더구먼.

오후 4시30분. 청보리밭으로 들어갔다. 비~~잉 둘러 뒷편으로 갔다.

바람 한자락에 연두와 초록 사이의 물결이 일렁인다.

헉헉..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뉘엇하니 깊이 파고 들자 아름다운 풍경에 숨이 가파라진다.

 

함평보다는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선운사로 옮겨가는 발길로 걷어차 주었다.

6시..선운사 진입로에 초록그늘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듯 하다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에 비추인

넘어가는 햇살 받은 산그림자는 다시 가슴을 달뜨게 한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이 자꾸 한발짝만 더오라고 또 한발짝만 더 오르라고 하는데 조금씩 드리우는

어둠은 발목을 슬쩍 잡으며 꽃무릇 필 무렵 이른아침 다시 오라고 훈수를 둔다.

선운사 맑은 숲에 울려퍼지는 동종소리를 들으며 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그 계곡물을 내려다보니

물속에 비춰진 또하나의 숲이 잘그려진 유화 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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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다고, 시간이 없다고, 1박을 하는게 너무 번거롭다고, 이틀 여행이면 비용 부담된다고 망설이시는

분들께 낯길이가 기~~인 5월, 6월 당일 여행을 권해드립니다.

새벽에 떠나시고 저녁식사후 8시쯤 출발하시면 교통체증? 그게 먼데? 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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